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산업계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고용 안정성을 강화한 ‘한정사원(限定社員)’ 채용을 늘리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와 협력사 비정규직 근로자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을 지시한 것과 같은 ‘강제’ 방식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따라 노사가 자발적으로 모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사히신문은 22일 “파나소닉이 일본에 있는 12개 가전 부문 공장에서 2년 반 동안 기간제로 근무한 뒤 정년(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무기고용직으로 전환되는 지역 한정사원 채용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역 한정사원은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지 않는 대신 임금은 정사원보다 적게 받는다. 월급제로 임금을 받고 수당 등 복리후생제도는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기 승급 및 상여금 지급 여부 등은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가을 밥솥 등을 생산하는 효고현 제2공장에 지역 한정사원을 시험적으로 채용했다. 2019년 3월 말까지 한정사원 채용 규모를 6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파견직 근로자 중에서도 본인이 희망하고 파견회사가 인정하는 경우 동일 근무지에서 한정사원으로 지위를 바꿀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에선 2005년부터 근무 장소나 직무, 시간 등에 제한이 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보다 직업 안정성과 임금이 높은 한정사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생명보험이 지난해 사무직과 콜센터 인력 중 1000여 명을 한정사원으로 채용했고, 다스킨 등 음식료업체도 한정사원 채용 규모를 늘렸다.

이번에 파나소닉이 한정사원 채용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제조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그동안 부족한 공장 인력을 파견직 근로자 등으로 보충해 왔지만 파견 기간을 따져가며 직원을 교체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적지 않았다. 안정적인 품질 관리를 위해 일본 내 생산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안정적인 형태의 고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정규직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경기변동에 대응했지만 최근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응책도 바꾸고 있다”며 “다른 정보기술(IT) 업체나 자동차 기업으로 한정사원 제도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