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토지 매입이 일부 취소된 제주 헬스케어타운 모습. 한경DB
중국인의 토지 매입이 일부 취소된 제주 헬스케어타운 모습. 한경DB
중국인들이 지난해 서울·수도권과 강원 땅을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2년부터 집중 매입한 제주 땅은 매도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6년 말 기준 외국인 토지보유현황’을 7일 발표했다. 전국 기준 지난해 중국인 보유 국내 토지는 1609만4000㎡로 전년(1422만9000㎡) 대비 3.1% 늘었다. 공시지가(2조841억원)와 필지 수(2만4035필지) 기준으로는 각각 12.4%와 16.3% 증가했다.
차이나머니, 제주 땅 팔고 서울·수도권 수익형 부동산 매입
◆중국인, 강원 경기 땅 사고 제주 팔고

지난해 중국인이 갖고 있는 땅 가운데 면적 기준으로 52.3%(842만2000㎡)가 제주에 있다. 제주 외국인 토지(2000만2000㎡)의 42.1%로 단연 1위다. 제주 외국인 토지는 제주 전체 면적의 1.08%를 차지한다. 중국 다음으로는 미국(18.6%), 일본(11.9%) 순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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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인 보유 제주 토지는 2015년과 비교해선 7.9% 줄었다. 중국인 보유 제주 토지가 감소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중국인 보유 제주 토지는 2011년(124만5000㎡)에서 2015년(914만1000㎡)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 등의 레저용지 처분(39만㎡), 뤼디그룹이 개발 중인 헬스케어타운 면적 가운데 26만㎡ 소유권 등기 미이전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대신 강원, 서울·수도권 등에서 토지 매입을 늘렸다. 강원에 보유한 토지는 지난해 201만5000㎡로, 전년(120만6000㎡)보다 67.1% 증가했다. 경기에 보유한 토지는 전년(188만8000㎡)에 비해 85.5% 늘어난 350만3000㎡를 기록했다. 서울(13.4%), 부산(34.9%), 인천(22.4%), 충북(39.4%) 등의 증가율도 컸다.

필지 수 기준으로도 인천 경기 서울 등의 증가율이 컸다. 2015년 1248필지 수준이던 인천지역 중국인 보유 토지는 지난해 74% 늘어난 2173필지를 기록했다. 경기지역 보유 토지도 같은 기간 3826필지에서 6179필지로 61.5% 급증했다. 강원 보유 토지도 2015년 1068필지에서 작년 1422필지로 33% 늘었다. 서울 보유 토지는 3192필지에서 4377필지로 37% 증가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중국인들이 서울 인천 경기 등에 형성된 차이나타운이나 광역상권의 소규모 필지를 많이 사들이는 추세”라며 “2~3년 전까지는 거대 자본이 제주도 개발부지를 주로 샀지만 최근에는 개인 자산가들이 중국인 관광객이나 국내 거주 중국인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부지를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유럽·일본 순으로 한국 땅 보유

지난해 말 전체 외국인 보유 토지면적은 233㎢(2억3356만㎡)다.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전체 국토(10만295㎢)의 0.2% 수준이다. 금액(공시지가 기준)은 32조3083억원으로 전년보다 0.8% 감소했다.

광역시도별 보유 면적은 경기(3813만㎡)가 가장 많다. 이어 전남 경북 강원 제주 순이었다. 증가율이 전년 대비 가장 높은 곳은 강원이었다. 지난해 강원에서의 외국인 토지 면적(2410만㎡)은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금액(2701억원)은 16.9% 늘었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서울과 수도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가 속속 확충되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전국 기준으로 우리 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미국(51.2%)이다. 유럽(9.2%), 일본(8%), 중국(6.9%)이 뒤를 이었다. 주체별로는 외국 국적 교포(54.5%)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합작법인 7453만㎡(31.9%), 순수외국법인 1933만㎡(8.3%), 순수외국인 1200만㎡(5.1%), 정부·단체 47만㎡(0.2%) 순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에 연고가 있는 동포나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땅이 많다”고 말했다. 용도별로는 농지·임야가 61.8%로 가장 많고 공장용지(27.2%), 레저용지(5.1%), 주거용지(4.2%) 순이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