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자취생 천모씨(31)는 지난 주말 새벽 고열에 시달렸다. 근처에 지인이 몇 있었지만 새벽부터 신세지고 싶지 않았다. 천씨는 한두 번 이용해본 ‘잔심부름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30분 뒤 원룸을 찾아온 잔심부름 센터 직원에게서 감기약과 얼음 주머니를 받았다. 천씨는 “약값과 얼음 값에 더해 심부름값으로 1만2000원이 들었지만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잔심부름 산업 급성장

"뭐든 시켜주세요"…잔심부름 산업 '잰걸음'
직장인 대학생 등 20~30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잔심부름 산업’이 급성장 중이다. 특히 젊은 층에 인기다. 직원 수천명이 넘는 기업형 업체도 등장했다. ‘띵동’은 웹사이트 가입자 수가 24만여명이다. 2012년 하루 300여건이던 주문 건수는 이달 들어 4300여건으로 불어났다. 강남·서초에서 시작한 지점은 18개로 늘어나 서비스 지역이 서울 전역으로 넓어졌다. 지점마다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50여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작년 초 100여개이던 업체 수도 최근 160여개로 불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잔심부름 센터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2개이던 구역 내 경쟁사가 지금은 5개”라고 전했다.

잔심부름 센터들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요청하는 모든 일을 처리해준다. 맛집 음식 배달, 휴대폰 수리, 가구 조립, 집 청소 등이 인기 서비스다. 직장인 이모씨(26)는 “야근이 많아 세탁소에 맡긴 빨래를 찾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바로 직장으로 배달받고 있다”고 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다 보니 서비스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집안 바퀴벌레를 잡아달라’는 등의 간단한 의뢰는 시세가 1만원 선이다. 명품이나 한정판 제품 구입을 위한 ‘줄서기’는 시간당 2만~3만원이다. 직장인 김지우 씨(37)는 올초 한정판 운동화를 구입하기 위해 3시간 동안 줄서기 서비스를 이용하고 10만원을 냈다. “제품을 사서 되파는 사람들에게서 구입하면 20만원 넘는 웃돈을 줘야 해 결국 돈을 아낀 것”이라는 게 그의 셈법이다.

◆소규모 센터 난립…부작용 우려도

핵심 수요층인 1인 가구가 급증세여서 잔심부름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006년 14.4%에서 작년 27.2%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2020년에는 30% 돌파가 예상된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업체는 ‘처방약도 구입해준다’고 광고 중이다. 고객이 불러준 증상대로 꾀병을 부려 감기약 등 간단한 의사 처방전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본인과 가족이 아닌 제3자의 대리 처방은 의료법 위반이다.

잔심부름 서비스 주 이용 계층인 1인 가구 여성의 안전문제도 제기된다. 자취생 손모씨(26)는 “얼마 전 새벽에 친구들과 맛집 음식 배달을 주문했는데 남성 배달원이 왔다”며 “혼자 있었다면 불안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규모 업체는 직원 채용 시 범죄 경력 조회 등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