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제출 시한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발전, 석유화학, 시멘트 등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격 급등 현상이 진정되지 않는 데다 품귀현상이 빚어져 배출권을 살 수가 없어서다. 남동발전 등 27개사는 그제 기획재정부 등에 정부의 적극 개입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전달했다. 기업들은 6월까지 배출량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배출권이 모자랄 경우 시세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배출권 품귀현상은 정부가 지난해 업계가 신청한 양(20억2100만t)보다 20% 적은 16억8655만t을 부여할 때부터 예견됐다. 정부는 배출권이 남아도는 업체들이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업들이 물량을 감추면서 수급에 심각한 불균형이 생겼고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배출권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6일 기준 t당 2만3700원으로 고점인 2월8일(2만6500원)에 비해 10%가량 떨어졌지만 6개월 전(1만7000원)과 비교하면 40%나 급등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월 6800만t을 추가로 할당했지만 가격 안정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배출권 제출 시한이 다가오면서 매물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 소동은 정부가 자초했다. 의무감축국이 아니었음에도 2009년 코펜하겐총회에서 ‘녹색성장’을 명분으로 ‘2020년 기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과도한 목표를 제시한 게 정부다. 2015년 12월 파리총회 때는 국내 업계와 경제부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더 높여 ‘2030년 기준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을 약속했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칭찬받기 위해 국내 업계를 희생시켰던 것이다.

저간의 사정이 그런 만큼 산업계만 윽박지를 일이 아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해외배출권을 사오는 방법 등 다른 대안을 더 강구해야 한다. 거래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탄소세를 매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미국이나 일본은 배출권 시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폐지를 검토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