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기업 구조조정과 디플레이션 관리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했다고 한다. IMF는 ‘한국이 직면한 도전-일본의 경험으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최근 조사보고서에서 한국도 일본처럼 주식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급격한 고령화, 잠재성장률 추락, 물가상승 둔화 등에서 한국은 20년 전 일본과 많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령화에 따라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가 올해 66.5%로 정점을 찍은 것은 1995년 일본이 63%를 찍은 것과 비슷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1년 8%에서 2015년 2.9%로 급전직하했다.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1980년대 4%대에서 2000년대 1% 이하로 급락한 것도 닮았다. 노조의 기득권 사수와 그에 따른 비정규직 급증으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도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식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는 일리가 없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일본식 장기침체 정도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은 극단적인 정치혼란과 그에 따른 사회분열과 반목, 대립이 거의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준이다. 일본 역시 총리 재임기간이 평균 30개월에 그칠 정도로 정치 혼란을 겪어왔다. 하지만 한국처럼 극단적인 혼란은 아니었다.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정치·사회 갈등이 계속되는 와중에 일본과 유사한 장기 경기침체까지 겹친다면 그 결과는 국가 부도를 낸 그리스나 남미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리스와 남미의 몰락에는 퍼주기식 포퓰리즘으로 인한 재정 파탄이 결정적이었다. 지금 대선후보 중엔 성장과 경제활성화를 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표를 겨냥한 좌클릭 경쟁만 난무한다. 기업 규제와 복지, 분배 등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런 식이면 누가 집권하든 사회 분열은 더 극심해지고 나라 곳간은 비어갈 게 뻔하다. 그 끝에는 일본이 아니라 그리스·남미행 급행열차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