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이사회가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올라온 권오준 현 회장을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의결한 데 이어, KT도 CEO추천위원회를 열고 황창규 현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이사회에 올리기로 했다고 한다. 권 회장, 황 회장 모두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다.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현 CEO가 거둔 지난 3년간의 구조조정 실적과 경영성과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앞으로의 정국 향배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 기업의 경영 연속성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 이런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그동안 이들 회사 CEO가 겪은 수난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포스코와 KT는 2000년, 2002년 각각 민영화됐고 지금은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지만 그 태생적 한계로 정권만 바뀌면 연임된 CEO들이 예외없이 강제로 퇴출당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은 쪽에서 두 회사를 여전히 공기업으로 간주하며 무슨 전리품처럼 자기 사람 심기를 반복해 온 탓이다.

이러다 보니 정권 말에 이르러 CEO 연임 여부를 결정할 때쯤이면 매번 똑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곧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해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보니 현 CEO가 단독으로 추천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추천돼 연임에 성공한 CEO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물러나라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하는 악순환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CEO가 경영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정권의 요구를 거부했다가는 교도소행까지 각오해야 하는 지경이다. 결국 CEO가 시장 자율로 결정되지 않고 정권에 의해 좌우되는 유사 공기업들의 서글픈 현실이라고밖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포스코와 KT는 각각 한국의 철강산업, 통신산업을 이끄는 대표기업이자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회사다. 그런 기업의 CEO 운명이 외부 정치환경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두 회사가 어떻게 하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금이라도 기업지배구조를 바로 잡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