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더샵' 아파트 정문. 포스코건설 제공
포스코건설 '더샵' 아파트 정문. 포스코건설 제공
[이소은 기자] 더힐(The Hill), 더샵(The #), 더원(The 1), 디에이치(The H)…집을 구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법한 아파트 이름들이다.

언덕(Hill), 반올림(#), 하나(1), 현대(H)등을 의미하는 단어 앞에 정관사 더(The)를 붙여 브랜드명으로 사용했다. 이렇듯 아파트 이름에 ‘더(The)’가 자주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관사 '더(The)'의 사전적 의미는 '명사 앞에 붙어서 지시나 한정의 뜻을 나타내는 관사'로 명사 앞에 붙어 '그'로 해석된다. 위의 아파트 이름들에 적용해보면 각각 그 언덕, 그 반올림, 그 하나, 그 현대 등이다.

각 브랜드명이 담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면 ‘더(The)’의 쓰임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더 힐(The Hill)’은 금호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고급 아파트를 지으면서 론칭한 브랜드명이다. 지역명과 함께 통상 '한남 더 힐'로 불린다.

“롯본기힐, 비버리힐 등 외국 고급 주택가에 주로 사용되는 힐(hill)과 단 하나 뿐이라는 의미의 '더(The)'를 붙여지었다”는 게 금호건설 측 설명이다.

금호건설은 '한남 더 힐'의 프리미엄과 상징적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 이 단지에만 ‘더 힐’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포스코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더샵(the#)’에 반음 올림을 뜻하는 음악 기호인 #을 이용해 ‘삶의 질이 반올림 된다’는 뜻을 담았다. 포스코건설 측은 브랜드 론칭 당시 “고객에 앞서 반 걸음 더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EG건설의 '이지더원 아파트' 정문. 이지건설 제공
EG건설의 '이지더원 아파트' 정문. 이지건설 제공
‘더원(the 1)’은 이지건설이 짓는 아파트 브랜드다. ‘세상의 중심으로서 유일한 당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파트, 오직 당신만을 위한 아파트’란 의미다.

지난해에는 현대건설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선보이며 대열에 합류했다.

단 하나의, 유일한 이라는 의미의 디(The)와 현대(Hyundai), 하이엔드(High-end), 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 등의 의미를 지진 에이치(H)가 결합된 형태다. 더(the) 뒤에 모음이 붙어 ‘디’로 발음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 상품의 기본 방향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최초, 최대, 유일의 아이템을 3가지 이상 구현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사회적 가치, 주거 문화적 가치, 경제적 가치 모두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파트 브랜드명에 ‘더(The)’가 자주 쓰이는 것은 ‘우리 아파트는 여타 아파트와 다르다’는 각 건설사의 차별화 전략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더(The)'는 해(The sun), 달(The moon), 지구(The earth) 하늘(The sky) 등 유일한 것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한 광고기획사 소속 브랜드마케터는 이에 대해 “아파트 이름에 정관사 ‘더(the)'를 사용하는 것은 거주자들에게 당신이 특별한 ’그‘집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라며 “특별하다는 피상적인 느낌이 브랜드화 되어 부동산 가치 또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는 상품명 등에 ‘더(The)’를 사용할 때 한국말로 ‘더(more)’라는 의미도 함께 내포됐으나 프리미엄 이미지 등을 위해 모두 영문으로 표기하기 시작하면서 ‘더(more)’의 의미는 퇴색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