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대리] "감성 촉촉 종이 연하장"…직장인들 손글씨에 빠지다
금융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정모 과장(35)은 신년을 맞이해 고객들에게 손글씨로 쓴 ‘연하장’을 발송했다. 반응은 좋았다. “종이 연하장을 받아본 것이 5년 만이다” “연초에 따뜻한 선물을 받았다” 등 고객들은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 과장은 이번 연하장 발송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주말마다 손글씨 수업을 들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고객들과 식사자리가 줄고, 명절 선물을 보내는 것도 부담을 느껴서다. 그는 “명절 선물 대신 정성을 담은 연하장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손글씨를 배웠다”며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이 배우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경영지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모 대리(33)는 최근 ‘손글씨 동아리’에 가입했다. 윤 대리는 그동안 손글씨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상사에게 온 전화를 메모하거나 간략한 보고를 할 때 손글씨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악필’로 유명했다. 윤 대리는 “메모를 전달할 때마다 상사들에게 싫은 소리를 자주 들었다”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손글씨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디지털 시대지만 손글씨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는 많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67%가 ‘손글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봤다’고 응답했다.

손글씨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직장인들도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김모 대리(32·여)는 최근 캘리그라피(손글씨)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우연히 서점에서 캘리그라피 책을 사서 본 뒤 취미로 시작한 손글씨였다. 하지만 실력이 쌓이면서 주변에서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김 대리는 “캘리그라피 전문가 과정을 통해 강사나 디자이너 등 관련 분야로 취업하는 사례를 봤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에 관련 분야로 이직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