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합병(M&A) 등 기업결합 심사 시 따지는 기준은 ‘경쟁제한성’과 ‘효율성 증대효과’ 두 가지다. 기업활력제고법(이른바 원샷법)에 의해 사업재편 승인이 나면 (경쟁 제한성이 있더라도) 효율성이 입증됐다고 보고 심사를 안 하는 건 어떤가.” 지난 26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한경밀레니엄 포럼에서 이런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정 위원장은 “원샷법에 따라 M&A 심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사전검토제를 도입했다”며 “하지만 사업재편이 승인됐다고 M&A 효율성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같은 정부 안에서 원샷법에서는 되고,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안 된다는 엇박자가 일어날 불확실성은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정위로서는 공정거래법상 절차가 있으니 심사 자체를 면제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기업 쪽에서 봤을 때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원샷법이 규정하는 과잉공급 등의 기준을 근거로 사업재편을 승인했는데 공정위가 경쟁제한성 때문에 안 된다고 하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더구나 사업재편은 과잉공급이 명백한 업종만의 과제가 아니다. 향후 과잉공급이 예상되는 업종에서 선제 사업재편을 서둘러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동종 업계에서 M&A가 안 되면 이업종 간 사업재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원샷법을 업종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해도 마지막에 공정위가 경쟁제한 때문에 안 된다고 하면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최근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건도 공정위가 불허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

사업재편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은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보건의료, 농업 등 전 산업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도 원샷법을 더 넓게, 그리고 전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기업M&A 관련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기업결합 사전심사제를 원샷법 사업재편 승인 여부와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