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20대 총선에서 참패했다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정체성도 존재감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아젠다를 주도하려고 국민의당과 공조해가며 국민연금을 동원한 임대주택 건설 방안, 건강보험 개편안,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검찰개혁안, 세법개정안 등 민감하고 아슬아슬한 이슈를 잇달아 공론화하는데도 당 차원에서 이렇다 할 대응이 없다. 정부만 힘겹게 맞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경이 최근 기사와 사설에서 지적한 그대로다. 새누리당이 정부와 당정협의를 했다는 게 추경 편성과 세제 개편이 고작이었다.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이 아니다.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없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없다. 당 대표가 없는 것은 더민주나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사실 국민은 누구도 새누리당이 오는 9일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뽑는다는 것조차 별 관심이 없다. 대표 후보자가 다섯 명이라는 것은 더더욱 관심 밖이다. 후보자들이 그만그만하다거나, 이번에 선출되는 대표가 내년 대선 관리자일 뿐이어서 무게가 실리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새누리당이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를 상실한 채 좌편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정당 의원이면서도 야당 주장에 동조하는 정체성 불명 ‘웰빙족’이 상당수이고 심지어 리더급 인사들조차 좌편향 포퓰리즘을 여론 수렴이라고 너무도 쉽게 말하고 있다. 더민주의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이른바 ‘김종인표 상법개정안’에 찬성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당 대표 후보자가 재벌 개혁을 공약으로 내건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분이 안 된다. 얼마 전 홍준표 경남지사가 ‘금수저 물고 태어나 흙수저 행세하는 사람’ 등 네 가지 유형의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망친다고 질책한 그대로다.

차기 대선 후보로 거명되는 인사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개혁을 들먹이며 좌파 코스프레를 하고, 포퓰리즘을 정치라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을 두고 ‘더민주의 2중대’라는 소리가 나오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정체성 없는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대선은 무슨 대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