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 경쟁력 높인다
공공기관 역할의 중요성과 국민들의 관심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아닌 별도의 회계 실체를 구성해 사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독립적이다. 하지만 기관의 존재 이유 자체가 공공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간섭도 태생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 나라의 공공기관 운영의 실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사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공공 부문 전체에 대한 역사와 문화, 행태에 대한 미시적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 공공기관에는 수익성이 강조되는 공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준정부기관도 상당한 비중에 달한다. 이 때문에 객관적인 성과 평가가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한 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표준의 시각에 비춰 볼 때, 우리 공공 부문의 생산성이 그리 높지 못한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이런 고비용·저효율의 낮은 생산성의 근본적인 원인이 근무 연수에 따라 보수가 인상되는 연공제적 급여체계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연공제적 급여체계는 공공기관이 역량을 높여야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이래 공공기관 개혁은 계속 시도돼 왔다. 문제는 지속 가능한 개혁의 흐름과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경영의 그루 피터 드러커가 갈파했듯이 기관의 성과 개선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역량과 개개인의 성과 측정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성과연봉제의 필요조건을 찾을 수 있다.

공공 부문은 민간기업 영역을 선도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공공 부문의 임금 인상률이 결정되면 이것은 그대로 민간 부문의 평균 임금 인상 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일·가정 양립제도, 유연근무제도, 임금피크제도가 모두 그렇다. 성과연봉제도도 민간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성과연봉제도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도입을 독려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한국 중등학교 학생들의 평균적인 문해력과 수학·과학 성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성인들은 그렇지 않다. 성인들의 역량을 측정하는 국제성인역량지수(PIAAC)에 따르면 만 15세부터 65세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수리, 언어, 컴퓨터기반문제해결 역량을 측정한 결과 한국은 15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고1 때는 상위권이던 학업성취력이 35세가 넘어가면 OECD 중간 이하로 떨어지고 55세부터는 바닥을 친다는 분석도 있다. 이래 가지고는 국가경쟁력을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할 수 없다. 직장인들이 각자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인 인센티브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이런 현상을 극복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본다.

공공기관의 개혁 피로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면서 선진화·정상화의 이름 아래 공공기관을 개혁의 버팀목이 아니라 대상으로 삼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고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경주돼야 한다.

성과연봉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성과평가 기준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공공기관과 모든 직무에 대해 획일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업무 특성에 따라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도 있다. 기관 규모나 지원역량을 감안해 정부의 성과평가시스템 컨설팅이나 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정수 < 이화여대 교수· 행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