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담에서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한국의 환율정책을 우려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환율조작국에 무역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는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 수정법안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는 후문이다. 유 부총리는 “그동안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측이 한국의 환율정책을 들먹이며 외환시장판 슈퍼 301조로 불리는 BHC 수정법안까지 거론했다는 건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기재부는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미국 측 발언은 일반적인 우려 수준”이라며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돼 BHC 수정법안에 따른 제재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유 부총리가 지난달 22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외부에서 한국에 대해 (환율개입) 의심을 갖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중요한 건 미국의 인식이요, 그들을 어떻게 납득시키느냐다.

우리는 미국 재무장관이 직접 한국의 부총리에게 BHC법안에 대해 설명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경고라고 해석한다. 더구나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기록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는 나라가 BHC법안의 1차 타깃이 될 것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거의 없다. 한국이 대미 무역 흑자국이고 최근 3년간 전체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6%를 웃돌고 있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환율 급변동이 우려될 때 구두개입이나 미세조정에 나선 것뿐이라고 극구 해명하지만 상대방이 이를 수긍하느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에 하나 환율조작 논란에 휘말리면 무역상 징벌은 물론이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별것 아니라며 국민 홍보에 나설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의회에 먼저 그것을 설명해야 하고 이해를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