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미약품은 누구? 독자기술 벤처 주목
한미약품이 약물전달 기술인 ‘랩스커버리’로 7조5000억원의 기술수출 ‘대박’을 터뜨리면서 비슷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랩스커버리는 독자적인 단백질을 기존 바이오 의약품 단백질에 붙여 약효의 지속시간을 연장시키는 ‘약물접합기술’이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해 생산한 의약품을 ‘바이오베터’로 부른다. 세계적으로 6~7개 기업이 이런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뜨는 ‘약물접합기술’

국내에서는 한미약품뿐 아니라 알테오젠과 제넥신이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알테오젠은 정혜신 한남대 생명시스템과학과 교수(알테오젠 최고기술경영자)가 개발한 ‘넥스피 융합기술’을 적용해 성장호르몬제, 혈우병 치료제, 당뇨 치료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성장호르몬제는 임상시험 1상이 진행 중이다. CJ헬스케어와 한국 및 중국 판권 이전계약을 맺었다.

제넥신은 녹십자와 함께 ‘하이브리드FC’라는 기술을 활용해 빈혈치료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성장호르몬에 대한 임상시험 2상도 최근 시작했다. 호중구(골수에서 만들어지는 백혈구의 일종)감소증 치료제, 당뇨 치료제 등도 개발하고 있다.

약물접합기술이 주목받는 것은 기존 바이오 의약품을 능가하는 다양한 종류의 개량 바이오 신약을 개발할 수 있어서다. 단백질로 구성된 바이오 의약품은 몸에서 지속되는 시간이 짧다. 이들 회사는 독자적인 단백질을 개발해 기존 바이오 의약품과 융합해 바이오베터를 만들어낸다.

한미약품이 지난 9일 얀센에 1조원대 기술수출한 당뇨·비만치료제 ‘HM12525A’는 기존 당뇨치료제에 비만 치료 효능을 더했다. 이 치료제를 투여하면 당뇨와 비만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 또 하루 한 번 맞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1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된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기존 바이오 신약의 특허가 끝나가면서 이 같은 바이오베터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성공이 관건”

해외에서는 지난해 12월 미국 옵코(OPKO)라는 회사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에 성장호르몬에 대한 기술을 이전했다. 임상시험 1상 단계에서 이뤄진 이 계약의 계약금만 2억9500만달러에 이른다. 다국적 제약사 암젠은 빈혈치료제, 항암보조제 등의 바이오베터를 상용화했다.

하지만 기술을 확보했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신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기술을 수출하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 한미약품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000억원에 가까운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해 기술의 효율도와 성능 등을 높였다.

이런 이유로 알테오젠과 제넥신 등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성공 여부는 임상시험 진입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임상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한미약품 역시 치료제의 안전성을 주로 확인하는 임상시험 1상 단계에서 기술을 수출했다. 제넥신은 녹십자, 한독 등 국내 제약사와 임상시험에 공동 착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알테오젠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 기술 특허를 우선 등록하고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 바이오베터

biobetter. 새로운 효능이나 약물 지속 시간을 늘린 바이오 의약품의 개량신약. 기존 바이오 의약품보다 더 낫다(better)는 의미로 바이오베터라고 불린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