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류병엽 '정선의 여름'
‘원색의 화가’ 류병엽 화백(78)은 지난 60여년 동안 명암을 없앤 평면 작업을 통해 우리 산천을 오방색 미감으로 화면에 담아왔다. 류 화백은 늘 그 자리에 있는 ‘산’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풍경’ 사이에서 발아된 의미를 고요와 격정의 손맛으로 승화한다. 절제된 선, 축약된 형상, 강렬한 원색으로 채워진 화면은 구상회화이지만 기하학적 추상화의 맛도 살아 있다.

1996년에 작업을 시작해 1998년에 완성한 이 그림은 정선을 둘러싼 함백산의 산세와 여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친숙한 풍경을 화폭에 풀어낸 3.3m 크기의 대작이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친숙한 일상을 부드러운 곡선과 강렬한 원색으로 화려하게 표현했다. 토속적인 소재와 선명한 오방색 덕분에 민화나 동양화의 운치가 돋보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