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트럼프 돌풍' 왜?…히스패닉 급증에 불안해진 백인 '결집'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정치권을 혼돈으로 내몰고 있다. 온갖 막말로 주목받고 있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반짝 상승’에 그치지 않고 고공비행을 지속하면서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정치 평론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트럼프 현상’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트럼프 현상과 백인의 위기감

지난 5월 말 3~4% 수준이던 트럼프의 지지율은 6월16일 출마 선언 이후 “멕시코가 범죄자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 “존 매케인(상원의원)은 전쟁영웅이 아니다” 등의 막말논란 이후 급상승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의 여론조사(7월18~20일, 공화당 성향 유권자 대상)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28%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달 16~19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 여론조사 때(24%)보다 더 높아졌다. 2위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14%)의 두 배에 이른다.

트럼프 돌풍에 대해 ‘한여름밤의 소나기와 같다’는 평가가 있지만 인구와 유권자 구조 변화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WP는 이민문제 등에 대한 트럼프의 ‘돌직구 발언’에 보수층이 지지를 보내는 현상이 백인 인구비중 감소에 따른 보수층의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최근 공동으로 내놓은 ‘미국 유권자의 변화, 1974~2060년’ 보고서에서 미국의 정치지형을 바꿔 놓을 인구 및 유권자 구조 변화의 다섯 가지 트렌드 중 첫 번째로 소수인종 부상과 백인 감소를 꼽았다. 1980년에는 미국 인구의 80%가 백인이었으나 2013년 기준 현재 63%다. 2060년에는 44%로 감소할 전망이다. 히스패닉은 1980년 6%에서 17%로 증가했고, 2060년에는 29%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특히 소수인종은 낮은 연령대와 불법체류 등으로 인구 수 대비 유권자 비중이 낮았지만 앞으로 이런 격차가 좁혀지면서 소수인종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가 불안해진 백인을 대변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권자의 동질성 약화

고령화와 세대교체도 주목할 변수로 꼽힌다. 현재 미국의 50세 이상 인구는 33%로, 1980년(25%)보다 크게 증가했다. 2060년에는 이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의 중추였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는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 이들의 인구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1981~2000년 태어난 ‘밀레니얼’의 비중은 27%, 1965~1980년생인 X세대 비중은 21%다.

미혼 유권자의 급증 역시 눈에 띈다. 1974년엔 유권자의 70%가 기혼, 30%가 미혼이었지만 지금은 52%와 48%로 바뀌었다. 로버트 사무엘슨 WP 칼럼니스트는 “과거엔 유권자 성향이 민주·공화, 진보·보수로 분명히 갈렸지만 수십년간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양당 모두 전체 지지층을 아우르는 정치 아젠다를 형성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기혼자 세금우대 정책은 미혼자의 반대에 부닥치고, 베이비부머의 복지 확대는 밀레니얼의 표심과 상충한다. 유권자의 동질성이 떨어지고, 파편화하면서 표심을 자극할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양당 대선 후보의 공약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같은 당 내에서도 특정 이슈를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런 상황에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은 트럼프의 막말이 오히려 백인 보수층의 눈길을 끌면서 지지율로 연결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