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년 만에 '영성제' 부활…벌써 설레요"
삼국시대부터 농업신으로 받들던 별을 향해 한 해 농사가 잘된 것에 감사하며 올렸던 제사가 ‘영성제(靈星祭)’다. 조선 중종 때 소격서 혁파 등 도교적 전통을 배격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폐지됐던 ‘별 제사’가 470년여 만에 부활한다.

국립국악원은 다음달 19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영성제 복원 무대를 마련한다. 송지원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사진)은 19일 “영성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농업국가였던 이 땅에서 정성껏 치렀던 제사”라며 “조상들의 멋스럽고 중요한 의례를 복원하는 작업이 뜻깊고 설렌다”고 말했다.

영성제 복원 움직임은 약 200년 전에도 있었다. 정조 때였다. 정조는 영성제 등을 복구하기 위해 ‘성단향의’(1797)를 펴냈다. 제사의 기원, 별에 대한 정보, 제사를 지내는 날짜와 절차, 음악과 춤 등 다양한 기록을 세밀하게 남겼다. 송 실장은 “성단향의에 어찌나 자세히 나와 있는지 이 텍스트만 연구해도 제사를 그대로 복원할 수 있을 정도”라며 “정조는 복원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승하했는데, 218년 만에 무대에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복원되는 영성제에선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다. 그는 “본래 영성제는 소규모 제사여서 악무를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조가 성단향의를 저술하면서 악무를 써야 한다는 근거를 찾고 그 방법을 기록해 놨다”고 말했다. 춤은 오늘날의 매스게임을 닮았다. 음악이 쓰이는 전폐례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등에서 16명의 무동이 도열해 ‘천(天)’ ‘하(下)’ ‘태(太)’ ‘평(平)’ 네 글자를 그린다.

송 실장은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는 대표적 국악 연구자다. 지난해 국악연구실장에 취임한 뒤 국립국악원 교양총서 기획, 국악기 표준화 및 개량 연구 등 다양한 대중화 연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 음악의 거장들’ ‘정조의 음악정책’ ‘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고-옛 음악인 이야기’ 등 다양한 국악 관련 저서를 냈다. 그는 국립국악원이 사라진 우리 음악과 제사를 적극적으로 되살리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연주되는 국악은 정식 악보가 남아있지 않아요. 연주자들은 각자 만든 악보로 연주하는 형편입니다. 악보 제작작업을 이제 막 시작했어요. 지난 5월 피리 정악보를 개원 64년 만에 처음 발간한 데 이어 가야금 거문고 대금 정악보도 작업 중입니다. 국악 관련 유물이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파악하는 일종의 ‘국악 유물지도’도 작성해야죠.”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