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여름철 우기 때마다 되풀이되는 강남역 일대의 침수가 삼성 서초사옥 연결통로의 시공 오류 등 복합적 이유 때문이라고 17일 공식 발표했다. 서울시는 삼성 측과 협의해 삼성사옥 연결통로를 이전하거나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서초구 '강남역 물난리 해법' 놓고 또 충돌
시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강남역 일대는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하수도 물이 범람해 거리가 물바다가 되는 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시에 따르면 하수관로는 대부분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기울어 있어야 하는데 강남역 삼성사옥 인근 하수관로는 사옥과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을 연결하는 지하보도 설치를 하면서 하류 측이 약 1.8m 높은 역경사로 시공됐다. 이 때문에 강남역 부근에서 물 흐름이 막히면서 침수를 가중시킨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김학진 서울시 물순환기획관은 “정상 절차를 밟아 연결통로가 설치됐지만 그 탓에 하수관의 일부 구간이 높아져 전체 통수능력의 15%밖에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올 여름 피해를 막기 위해 삼성 사옥 인근 역경사 하수관에 분리벽을 설치, 빗물을 임시로 분산하겠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삼성사옥 연결통로의 이전이나 폐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는 그동안 삼성 서초사옥 연결통로가 잘못 지어진 탓에 강남역 일대의 침수가 잦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시가 시민단체의 이 같은 주장을 공식 수용한 것이다. 서울시는 삼성 측과 협의해 연결통로를 이전하거나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시간을 갖고 관련 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는 올 여름철 집중호우를 막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고지대 빗물 유입시설을 확충하고, 빗물 저류조 유입관로를 추가 신설할 방침이다. 시는 관할구청인 서초구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막대한 비용과 공사기간이 길어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서초구는 거세게 반발했다. 서초구는 이날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강남역 일대 침수를 막기 위해선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연계한 대심도 터널 설치가 핵심인데도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일정이 없다”며 “서울시가 과연 강남역 침수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초구는 그동안 강남역 일대 침수 원인과 삼성사옥 연결통로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강조해 왔다. 삼성사옥 연결통로 공사 허가는 2008년 관할구청인 서초구의 승인을 받았다. 강남역 일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저지대이기 때문에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선 대심도 터널 건설이 시급하다는 게 서초구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