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바이오벤처 CEO들의 자신감
지난달부터 ‘헬스케어 강소기업’ 시리즈를 내보내는 새 바이오벤처 분야에 사상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 자금이 쏠리고,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바이오벤처회사가 속출한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벤처업계가 지난해 바이오 의료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2928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2013년(1463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두 배가량 늘었다. 투자가 활발한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을 처음 앞질렀다.

바이오 벤처기업 메디톡스는 최근 시가총액 2조원을 넘어서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89년 전통의 제약 1위 기업인 유한양행의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매출 758억원에 영업이익률은 65.8%(499억원)에 달했다. ‘성장 가능성’을 앞세우던 바이오산업의 밑바닥부터 나타난 지각변동이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약진

바이오산업은 신약 개발 소문과 각종 재료에 춤췄던 2000년대 초반과 체질이 많이 바뀌었다. 2000년 설립된 ‘즈믄둥이 벤처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메디톡스를 비롯해 바이오 벤처기업으로는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아이센스, 항생제용 효소 1위인 아미코젠, 진단 분야 1위인 씨젠 등 탄탄한 실적을 내놓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대부분이 창업 동갑내기다.

붐을 타고 창업한 뒤에는 7~8년 동안 ‘돈만 까먹는 시련기’를 겪었다. “2000년 창업 때 20억원가량을 유치했는데 2003년 연구원 25명에 달랑 2억원 남았습니다.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없었습니다. 거리에 나앉기 일보직전이었죠.”(신용철 아이코젠 사장). 창업투자회사들은 ‘바이오 벤처기업은 정보통신 기업과는 달리 자본 회임 기간이 최소 6~8년은 걸린다’는 교훈을 체득했다고 한다. 15년의 고난을 헤쳐나오면서 화려하게 부상한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답을 찾았다. 대기업만 바라보거나 정부 공공입찰에만 눈독을 들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기술력으로 해답 찾아

아이센스는 해외 매출이 90%를 차지한다. 좋은 실적을 내는 대부분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예컨대 아미코젠은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에 100억원 상당의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수출했다. 해외에서 아이센스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한다. “아가메트릭스 아크레이 등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찾아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처음부터 특허 문제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기술을 개발한 덕분이었습니다.”(남학현 아이센스 사장)

혹독한 시련기를 거쳐서인지 만나는 바이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마다 자신감이 넘쳤다. 신규 채용도 어느 분야보다 왕성하다. 바이오벤처 분야에 사상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 자금이 쏠리고, 코스닥시장이 상승세를 타는 이유다.

한 바이오 업체는 지난 1년 새 직원 100명을 신규 채용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현재 전체 인력은 250명 안팎이다. 인터뷰 도중 만난 A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면 언제든지 문 닫을 각오로 일합니다.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국 바이오 기술은 거품이 아닙니다. 나스닥에 상장하는 회사가 나올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목소리에서 모처럼 도전을 마다않는 ‘벤처 정신’이 느껴졌다.

김형호 중소기업부 차장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