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이 최근 개발한 무안경 다시점 3차원(3D)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이 최근 개발한 무안경 다시점 3차원(3D)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의 김성규 책임연구원 등은 작년 말 디스플레이 분야의 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12억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안경 없이 3차원(3D) 영상을 볼 수 있는 특허 일부를 매각한 대가였다. 연구팀은 얼굴과 동공을 인식해 사용자 위치를 찾고 거기에 맞는 최적의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무안경 3D 기술을 구현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무안경 방식이면서도 영상겹침(크로스토크) 등의 노이즈를 안경 방식 수준(5%)으로 낮춰 바로 상용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일 오전 10시부터 대전 컨벤션센터에서는 정부 산하 25개 출연연구소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출연연구소 과학기술 한마당’ 행사가 열린다. 정부 출연연구소를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이날 무안경 3D 기술 등 작년 출연연의 10대 연구성과를 발표한다.

이번 행사는 연구소 간 벽을 허물어 융합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됐다. 각 연구소는 연구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과를 직접 사업화로 연결하겠다는 선언도 할 예정이다.

◆무안경 3D에서 태양광 공장까지

안경없이 3D 보고…영상으로 腦지도 제작
작년 출연연의 10대 연구성과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기술은 무안경 3D 기술이다. 3D TV, 모니터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입체 영상을 볼 때마다 안경을 써야 해 활용률은 높지 않다. 무안경 방식의 노트북과 모니터가 일부 나왔지만 화질이 떨어지고 영상겹침 등 노이즈가 많았다. KIST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안경을 쓰지 않고도 화질 저하, 노이즈 등의 문제점 없이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이 관련 특허를 구매한 것은 스마트폰, 노트북, 모니터 등 개인용 디스플레이에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진욱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주도하는 ‘태양광 공장’ 기술도 10대 연구성과에 뽑혔다. 연구팀은 인공광합성 원리를 이용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로 메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 원자력 기술로는 최초로 네덜란드에 진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성과도 눈길을 끈다. 2018년까지 1900만유로(약 250억원)를 받고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용 원자로의 성능을 개선하는 사업을 따냈다.

세계 최고 수준인 1000조분의 1초까지 조절해 초미세 가공을 할 수 있는 ‘펨토초 레이저’(한국전기연구원), 100배 빠른 인터넷을 구현하는 ‘광인터넷 기술’(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국 임상 승인을 받은 ‘천연물 신약 폐질환 치료제’(한국생명공학연구원), 폭발 위험이 적은 ‘마그네슘 합금’(재료연구소) 등은 곧 상용화가 기대되는 기술이다.

◆2월 말 100호 연구소기업 등장

지난 3일 코스닥에 등록한 화장품 및 건강식품 업체 콜마비앤에이치는 2004년 설립된 국내 1호 연구소기업이다.

연구소기업은 출연연이 핵심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자본금 중 20% 이상을 직접 출자해 설립한 업체다. 콜마비앤에이치의 현재 시가총액은 1조원. 조성기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한 주역들은 앞으로 원자력연이 지분을 매각하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기술료를 받는다. 연구소기업을 통해 새로운 스타 과학자 탄생이 기대된다.

콜마비앤에이치처럼 연구실에만 안주하지 않고 사업화 성과를 늘리기 위해 출연연의 연구소기업 설립도 대폭 확대한다. 연구소기업은 2013년까지 46개에 불과했지만 작년 한 해 40개 법인이 신규 설립됐다.

용홍택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공동체정책관은 “올해도 새롭게 도전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이르면 이달 말 100호 연구소기업이 등장할 것”이라며 “올해는 출연연들이 연구소기업 등을 통해 기술사업화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