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노후 연안여객선의 교체를 앞당기기 위해 내년에 총 5000억원 규모의 선박공동투자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선사(船社)가 새 선박을 구입할 때 선박 가격 일부를 정부가 낮은 이자로 대출해주고 선사는 해당 여객선 운항을 통해 매년 원리금을 갚도록 하는 제도다.

'선박 공동투자制' 내년 도입
일본은 이와 비슷한 선박공유제를 통해 연안항로에 새 선박을 투입하면서 중고 여객선을 한국 등에 팔고 있다. 세월호도 일본의 중고 선박을 들여온 것이다.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여객선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사가 새 여객선을 구입할 때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주는 선박공동투자제를 내년에 도입하기로 확정했다”며 “이를 위해 관련 자금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이와 관련해 일본의 선박공유제 운영 실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기재부와 같은 대장성이 재정투융자기금을 만들어 매년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이 관리하는 이 기금을 통해 선박 구입 자금의 70~80%를 연 1%대 금리로 대출해준다.

선사들은 이를 통해 새 여객선을 산 뒤 운행 수익을 통해 선령이 15년이 될 때까지 매년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고 있다. 원리금을 모두 갚기 전까지 선박은 정부와 기업의 공동 소유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은 선박공유제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40년간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새 여객선 구입에 지원했다”며 “선박공동투자제의 대출 금리는 현 금리를 고려해 연 2%대에서 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선박공동투자제 도입과 관련해 내년 예산을 5000억원가량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충분한 예산 확보가 어려울 경우 내년에 우선 1000억원을 확보한 뒤 4년간 매년 1000억원씩 늘려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5000억원이면 오래된 여객선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수부는 다만 선사가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국내 조선회사에 새 여객선을 발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기로 했다. 중국 조선사들의 부상과 국제 유가 하락 등에 따른 발주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과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