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처음으로 소 구제역이 발생한 6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의 한 농장 주변에서 축산위생연구소 직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년 만에 처음으로 소 구제역이 발생한 6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의 한 농장 주변에서 축산위생연구소 직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한우사육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돼지에 구제역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소로 번진 것이다. 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4년 전 ‘구제역 파동’ 이후 처음이다. 소는 돼지에 비해 바이러스에 취약한 데다 유사시 피해 규모도 커 방역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안성시 소재 한우사육 농가에서 침 흘림 증상을 보인 소 한 마리를 정밀 점검한 결과 구제역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6일 밝혔다. 해당 농가에서 사육 중인 소 47마리 중 한 마리만 임상 증상을 보였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총괄과장은 “해당 농장의 소는 47마리 모두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지만 면역이 잘 형성되지 않은 한 마리에서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소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국내에서 백신 접종 중인 O형으로 분류돼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의 경우 백신을 접종하면 항체형성률이 평균 94%에 달해 돼지(50%)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소까지 번진 구제역…4년 전 '악몽' 또 오나
하지만 구제역이 소에서 발병한데다 돼지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방역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소는 돼지보다 항체형성률은 높지만 구제역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강한 바이러스가 퍼지면 이를 견디는 힘은 돼지보다 약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구제역 소가 발생한 안성은 150여 농가에서 돼지 29만여마리, 1900여 농가에서 소 10만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인근 용인도 소 1만1000여마리와 돼지 20만여마리, 이천은 소 4만5000여마리와 돼지 30여만마리를 기르고 있다. 국내 최대 축산지역이 구제역 방역으로 초비상이 걸린 것이다.

특히 소는 돼지에 비해 구제역 발생 시 피해가 마리당 10배 이상 크다. 돼지의 살처분 보상금은 마리당 30만원 안팎인 반면 소는 400만원 안팎에 이른다. 올해 구제역 등 살처분 예산은 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항체형성률이 높다고 하는 만큼 일단 사나흘 정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며칠 후에 다시 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구제역은 한 달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일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생한 돼지 구제역은 경북, 경기로 번졌다. 이날 안성 한우 농가뿐 아니라 경기 용인시의 돼지사육 농장 두 곳에서도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왔다. 한 달여 만에 35건의 구제역이 발생했고, 돼지만 2만6857마리가 살처분됐다.

농식품부는 4년 전 전국을 휩쓸었던 구제역 파동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2010년 11월 말부터 2011년 4월 말까지 구제역이 11개 시·도, 75개 시·군으로 퍼져 소 15만여마리 등 가축 347만9962마리가 살처분됐다. 국가 재정만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농식품부는 7일 전국 축산 관련 차량 운행을 전면 통제한 가운데 전국 도축장 등 관련시설에 대한 2차 일제소독을 실시한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