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프렌치 프라이 원조 논쟁
패스트푸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다. 두 가지는 대부분 함께 먹다보니 햄버거만으론 왠지 허전하고 중간중간에 케첩을 듬뿍 찍은 프라이를 곁들여야 뭔가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맥도날드(120여개국, 3만5000여개)와 버거킹(70여개국, 1만2000여개) 두 업체의 체인점 수만 따져도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는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먹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그런 프렌치 프라이를 두고 난데없는 원조 논쟁이 한창이다. 이름대로면 프랑스식(French) 감자 튀김(fries)이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저 프랑스에서 유래했거니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벨기에가 자신이 원조라며 감자튀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벨기에에서 감자튀김은 ‘프리트’(frites)라 불리는 서민음식이다. 길거리 여기저기서 파는데 주로 마요네즈를 곁들여 먹는다고 한다.

프렌치 프라이라는 이름은 미군의 오해 때문에 붙여졌다는 게 벨기에의 주장이다. 1차 세계대전 때 벨기에 왈로니아 지역에서 감자튀김을 처음 본 미군이 프랑스어를 쓰는 이 지역을 프랑스로 착각해 미국에 프렌치 프라이로 잘못 소개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프렌치 프라이라는 말이 1918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얘기다. 미국으로 이민 온 벨기에인들이 자주 해먹던 감자튀김을 미국인들이 프렌치 프라이로 불렀다는 설도 있다. 프랑스어를 쓰는 벨기에인들을 프랑스인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랑스는 “대혁명 때 처음 등장했다는 견해도 있다”며 다소 불편한 심기다. 일각에서는 프렌치가 ‘잘게 썬다’는 뜻도 있다며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오래전부터 있었던 음식으로 원조를 따지기 어렵다는 주장도 한다. 재밌는 건 프랑스가 이 음식의 원조가 벨기에임을 인정했던 적도 있다는 점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전후해 프랑스는 계속 미국에 비협조적이었다. 미 하원은 이에 대한 화풀이로 구내식당 메뉴 중 프렌치 프라이의 이름을 ‘프리덤 프라이’로 바꿨다. 그러자 주미 프랑스 대사관은 “프렌치 프라이는 벨기에 음식”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3년 뒤 이름은 다시 원위치됐지만 이번에 벨기에 뜻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면 당시 프랑스로서는 결정적 실수를 한 셈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프렌치 프라이를 ‘벨지언(Belgian)’ 프라이로 불러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