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8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넥슨 사옥 1994홀에서 직원들로 구성된 재즈밴드 ‘더놀자밴드’가 창단 2주년 콘서트를 열었다.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넥슨의 유명 게임 음악을 재즈로 편곡해 연주했다. 넥슨 제공
지난 8월28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넥슨 사옥 1994홀에서 직원들로 구성된 재즈밴드 ‘더놀자밴드’가 창단 2주년 콘서트를 열었다.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넥슨의 유명 게임 음악을 재즈로 편곡해 연주했다. 넥슨 제공
“무한도전이나 다를 바 없었어요. 한 달 넘게 색소폰 소리도 못 내 쩔쩔매던 내가 많은 관객 앞에서 연주하게 되리라고는 처음엔 상상도 못 했죠.”

게임회사 넥슨의 이홍우 법무실장(37)은 지난 8월 넥슨 판교 사옥 1994홀에서 열린 ‘더놀자밴드’ 창단 2주년 기념 콘서트를 되돌아보며 말했다. 더놀자밴드는 2012년 7월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인 ‘넥슨 포럼’ 가운데 ‘재즈 이해와 연주하기’란 과정에서 비롯됐다.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부터 인사, 법무까지 회사 내 다양한 부서에서 20여명의 직원이 모였다. 색소폰 트럼펫 기타 드럼 등을 잡고 지난 2년간 1주일에 5시간 이상 연습했다.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푸르메 재활센터 어린이 음악회’ ‘국립중앙박물관 스프링 재즈 피크닉’ 등이 이들이 그동안 섰던 무대다.

김정주의 '놀자 경영'…"놀아봐야 창의성 생겨"
이런 활동 뒤에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사진)의 예술 경영 실험이 자리하고 있다. 직원들의 예술적 감성과 창조적 영감을 일깨우는 예술 경영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다큐멘터리 찍고 마라톤 도전

문화·예술 프로그램인 넥슨 포럼은 2011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12년 정식 도입됐다. 직원들은 마음에 드는 과정에 참여해 예술 활동을 체험한다. 박정범 영화감독을 초빙해 8주 동안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일상을 다큐멘터리로 찍어보는가 하면,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라는 책을 쓴 이장희 작가와 함께 직원들이 서울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풍경을 스케치해 보기도 했다. 42.195㎞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는 ‘넥슨 러너즈’, 세계의 명산 트레킹에 도전하는 ‘킬리만자로 트레킹’ 과정도 개설돼 있다.

해외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라며 여행도 보내준다. 지난 9월, 4박5일 동안 스페인 바르셀로나 메르세축제에 다녀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배경 디자이너 류호선 씨(33)는 “게임 배경을 어떻게 하면 보다 실감 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던 차에 스페인 여행이 큰 영감이 됐다”며 “스페인 사람들의 흥겨움과 아름다운 모습을 게임 속에 녹여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에는 제주도에 가서 아라리오뮤지엄, 김영갑갤러리, 제주돌문화공원 등을 답사하고 오는 ‘국내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예술경영은 김 대표의 경영 처방

예술경영은 “넥슨다움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김 대표의 처방이다. 그는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발간한 ‘케이아츠’ 가을호에 ‘아트·컬처·휴먼-세 바퀴로 가는 넥슨’이란 글을 기고했다.

김 대표는 기고에서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창업 당시의 역동적인 조직 문화가 약화되고 경직돼 가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넥슨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선 빠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활성화하고 내부 인재들의 창의적 역량을 발현시켜 줄 혁신적 자기 쇄신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해결책을 예술에서 찾았다”며 “게임회사에서 조직의 창의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넥슨이 예술경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는 김 대표 자신이 예술 애호가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초등학교 때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를 했던 그는 2006년에는 서울 대학로에서 살다시피 하며 연극에 푹 빠져 지냈다. 무대 조명과 음향을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해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몇몇 연극에서는 단역과 조연으로 출연했다. 또 한예종 예술경영학과 전문사 과정에 입학해 남들처럼 논문을 쓰고 2012년 2월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콘텐츠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영화 드라마 연극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에 다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런 것이 다 내가 하려는 게임 사업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면 즐겁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