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AI에 1조원 투자, 데이터 사업 본궤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은 수년 전부터 국내외 인공지능(AI) 학회에 참석했다. AI가 머지않아 카드산업을 빠르게 바꿀 것이란 두려움과 기대 때문이다. AI 전문가를 자처할 정도로 AI에 대한 이해를 쌓은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를 ‘AI 데이터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로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AI에만 1조원을 투입했다”며 “카드 설계사 운용 등에 전통적으로 투입해온 자원을 AI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AI 혁명은 산업혁명보다 더 세게 올 것으로 본다”며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데이터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대한항공 이마트 등 국내 1위 기업과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선보여 온 현대카드는 최근에는 올리브영과 손을 잡았다. PLCC는 특정 브랜드에 특화한 신용카드다. 정 부회장은 “올리브영도 현대카드의 AI 데이터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며 “국내에서 데이터 사업을 궤도에 올린 기업은 현대카드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를 서비스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각에서 5000억원이 들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애플페이는 책임감 때문에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에는 결제 스타트업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며 “국내 애플페이 도입으로 세계적으로 시장이 큰 비접촉 결제망(EMV)이 확산하면 관련 기술 파생과 창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카드사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카드는 직접 진출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은 “과거 베트남 금융사를 샀다가 6개월 만에 팔았다”며 “신흥국 시장은 정치적 요인 등 보이지 않는 위험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현대카드는 2021년 베트남해양은행(MSB)의 소비자금융 자회사인 FCCOM 지분 50%를 인수하기로 했다가 최종적으로 포기했다. 그는 “현대카드의 노하우를 담은 솔루션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신흥국 시장을 노리겠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