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 창조경제시대] 창조경제 씨앗 뿌려 '한국판 실리콘밸리' 만든다
“대구광역시는 과거 제일의 섬유공업도시로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도약하고 미래를 열기 위해선 창조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대구 북구 제일모직 부지에 조성될 대구창조경제단지 부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실리콘밸리가 대공황 여파로 불안했던 1930년대 말 스탠퍼드대 근처에 벤처기업이 하나둘 자리 잡으며 시작된 것처럼 대구의 미래도 바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창의적 지역인재, 창업·벤처기업, 지역자치단체 등이 역량을 모아 지역 내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공간인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날 출범했다.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기업이 손잡은 첫 번째 사례다. 정부는 앞으로 대구혁신센터와 같은 모델을 전국 17개 시·도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를 세계적인 창조경제 생태계와 명실상부한 ‘창조경제 선도도시’로 만들어 제2의 삼성과 구글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서 창조경제 첫 싹 틔운다
[대구 경북 창조경제시대] 창조경제 씨앗 뿌려 '한국판 실리콘밸리' 만든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1호점’이 대구에서 문을 열었다. 대구에 연고를 둔 삼성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1 대 1 전담 지원해 지역 창조경제의 유기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대기업, 중앙정부, 지자체의 삼각 협력 체제로 지역 창업벤처 및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칠성동 옛 제일모직 부지에 건립될 ‘대구창조경제단지’다. 이곳은 1995년 제일모직 대구공장이 구미공장과 통합 이전하면서 현재 빈 땅으로 남아 있다. 대구창조경제단지는 2015년 1월 말 착공해 2016년 12월 완공 예정인데 대구무역센터에 자리 잡은 혁신센터도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4만1930㎡의 면적으로 창업보육센터, 소호사무실, 예술창작센터 등 19개 동의 시설이 들어서는데 삼성은 리모델링 비용 900억원을 전액 부담하는 것을 포함해 향후 5년간 15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은 “대구가 역점을 두고 있는 기계·섬유·금속 등 8개 신특화산업에 삼성의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면 지역 융복합 산업이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창조경제단지가 들어설 북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 부지 전경.
대구창조경제단지가 들어설 북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 부지 전경.
구미-삼성, 경북창조경제 이끈다

구미에 조성되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1980년 삼성전자 구미1공장 준공 이후 휴대폰 등을 생산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온 삼성그룹과 매칭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구미에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어서면 삼성그룹과 1 대 1 지원체계가 구축돼 경북의 창조경제 실현은 물론 대구와 경북 간 상생발전협력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최근 관심을 보이고 있는 헬스케어와 전자의료기기산업들은 현재 옛 금오공대 부지인 금오테크노밸리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전자의료기기 부품소재 산업화 기반구축사업’ 등과 연계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예비 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휴먼ICT 중소기업 생태계 기반구축사업’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및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창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최대 3000억원의 총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인 구미1공단 혁신단지 사업 및 36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이 추진 중인 금오테크노밸리 조성사업과 더불어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만들어지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경제 부할 ‘청신호’

삼성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대구·경북 창조경제 구축안이 밝혀지자 지역 산업계는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지역의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산업 분야의 경우 융복합이 촉진되고 성장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존 주력산업인 섬유·자동차부품·산업기계 등의 첨단화·고부가가치화가 촉진될 수 있다는 게 대구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명화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회 이사장은 “삼성과 대구시가 체결한 협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삼성이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우수인력 양성, 지역기업과의 공동 프로젝트 진행 등에도 힘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섬유 업체 한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지역 경제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연구개발 등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