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가스관·농업 프로젝트 유망"
“한국에는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 많은 만큼 사모펀드(PEF)를 통한 기업 투자에 관심이 있습니다. 양국 자본을 러시아 가스파이프라인에 공동 투자하거나 천연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것도 유망한 투자분야입니다.”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올해 한국과 러시아 간 공동 투자 프로젝트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주식 및 대체투자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한국과 중국을 꼽았다. 유럽은 재정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잠재적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고, 미국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다소 과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는 당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특히 PEF를 통한 기업 투자와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서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침체국면을 보였던 조선 등 한국의 주요 기간산업도 어느 정도 바닥을 찍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러시아와 한국 기업 간 공동 프로젝트도 양국의 유망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한국을 잇는 가스파이프라인에 공동으로 투자하거나, 한국 선박에 투자한 뒤 러시아 기업에 임대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 극동지역에 한국 기업의 농업기술을 적용하거나 천연자원 개발에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유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한국의 러시아 투자 규모는 연간 250억달러 수준인 데 비해 중국은 2650억달러에 달한다”며 “한국은 러시아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DIF는 2010년 설립된 뒤 현재까지 두 개의 펀드 투자자금을 회수했다. 모두 러시아 지역 프로젝트에 투자된 것으로 연간 수익률은 각각 23%, 27%다. 그는 “러시아 시장이 얼마나 유망할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RDIF는 러시아 정부가 100억달러를 출자해 설립한 기관으로 현재 350억달러까지 운용 규모를 늘렸다.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근무했고 2011년 RDIF 초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2009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글로벌 젊은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