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지난 3월 서울 목동에 문을 연 플래그숍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한샘 제공
한샘이 지난 3월 서울 목동에 문을 연 플래그숍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한샘 제공
국내 브랜드 가구 업체들이 ‘이케아 예방주사’ 효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연말에 국내에 상륙하는 이케아에 맞서기 위해 대형매장과 중저가 상품을 늘리자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있어서다.

○매장 대형화로 매출 상승효과

가구업체, 이케아 맞서 가격 인하·매장 확대 효과 '톡톡'
국내 1위 가구 업체인 한샘은 올해 상반기 매출 5913억원으로 전년 동기(4245억원)보다 39.3% 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356억원에서 469억원으로 31.7% 늘었다. 김동성 한샘 홍보팀장은 “3월에 문을 연 목동 플래그숍(대형매장)에서 매달 40억~50억원의 매출이 나오고 자체 온라인몰인 한샘몰의 성장률도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부진했던 특판(아파트 등 대량거래 물량) 전문 가구기업이 작년에 대거 퇴출되면서 상위 업체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한샘의 대형매장 매출은 전국 6곳을 합쳐 매달 200억~250억원에 달한다.

현대리바트도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22.8% 증가한 345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250억원)은 무려 351.28% 늘었다. 상반기에 문을 연 중곡점, 어정점, 도곡전시장 등 대형매장의 영향이 컸다.

주방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에넥스도 올해 상반기에 매출(1262억원)과 영업이익(39억원)이 각각 19% 증가하는 등 가구업체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가격 경쟁력 갖춘 브랜드 가구

판매전략 변화가 실적 개선의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고가 위주의 가구를 내놨던 업체들은 이케아 상륙에 대비해 가격대를 낮추고 대형매장을 늘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저가 가구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애프터서비스(AS)가 보장되는 브랜드 가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연학 에넥스 홍보팀장은 “가격을 낮게 책정한 ‘에넥스sk’에 인원을 늘리는 등 저가시장을 공략하는 정책을 꾸준히 펴고 있다”며 “브랜드 가구의 품질과 서비스는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샘의 중저가 브랜드 ‘한샘ik(interior kitchen)’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455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엔 950억원을 달성했다. 한샘 관계자는 “비(非)브랜드 가구와 브랜드 가구의 가격 차이는 10~15%밖에 나지 않지만 기왕이면 시공이나 AS가 잘되는 브랜드 가구를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수요 증대도 한몫

직접 집안을 꾸미는 리모델링 수요도 가구업체의 실적 개선을 돕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9조1000억원인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0년엔 4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2분기엔 특히 개인 간 주택거래가 늘어나면서 집안에 들여놓을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미리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았다”며 “앞으로도 국내 브랜드 가구 회사들은 대형매장과 온라인 사업, AS와 직시공 등으로 이케아에 대응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