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수행해 국빈 만찬에 참석한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경제·산업 장관을 한 프랑스 여성 경제인이 만찬장 밖으로 불러냈다. 클라라 게이마르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랑스 법인 대표였다. 게이마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몽트부르 장관에게 “GE가 알스톰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처음 전했다. 그는 몽트부르 장관을 GE 편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회당 소속으로 2012년 인도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의 프랑스 내 자산을 국유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몽트부르 장관을 설득하지 못하면 알스톰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3개월 후 몽트부르 장관은 미국 기업이 프랑스 대표 제조업체 알스톰을 인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후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GE의 전방위적 설득 작업이 시작됐고, 4개월 만에 GE의 집념은 결실을 맺었다.
美 GE, '佛의 자존심' 알스톰 품었다
○GE, 집념의 프랑스 정부 설득

몽트부르 장관은 지난 20일 “프랑스 정부는 GE의 170억달러 규모 알스톰 인수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21일엔 알스톰 이사회도 GE 인수안을 최종 승인했다. GE가 독일 지멘스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연합군을 제치고 프랑스의 초고속열차 및 발전설비 제조사 알스톰을 인수하게 된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 GE는 지난 몇 년간 성장 둔화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룹 전체 매출의 47%가 할부금융업체 GE캐피털에서 나올 정도였다. 알스톰 인수는 발전사업과 유럽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만큼 GE에 절실한 기업 인수합병(M&A)이었다.

하지만 몽트부르 장관을 비롯한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프랑스 산업을 대표하는 알스톰을 미국 기업에 팔아넘기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독일 지멘스를 인수전에 참여하도록 유도한 이유다. 지멘스는 16일 미쓰비시와 손잡고 별도의 인수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GE는 물러서지 않았다. 18일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올랑드 대통령을 접견한 데 이어 19일에는 프랑스 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수정 인수안을 제시했다. 전략적 국가 자산인 에너지사업을 미국 기업에 넘긴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발전망 △재생에너지 △원자력 터빈 등 세 개 사업을 알스톰과 50 대 50의 합작사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GE의 열차 신호 사업은 8억2500만달러에 알스톰에 넘기는 한편 알스톰의 고용 승계와 1000명의 신규 고용도 약속했다.

○“프랑스 내 고용 확대 약속 지켜야”

프랑스 정부는 이 같은 GE의 노력을 평가해 수정 인수안을 받아들였다. 지멘스-미쓰비시의 인수안은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었다면서도 “이들이 알스톰을 인수하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반독점 조항에 걸릴 위험이 있다”며 배제했다. 다만 프랑스 정부는 알스톰을 GE에 넘기더라도 정부가 알스톰 지분 20%를 보유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알스톰의 현재 최대주주인 부이그가 보유한 지분 29% 중 3분의 2를 정부가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몽트부르 장관은 GE가 프랑스 내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