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차이나 리스크] 금호타이어·LG이노텍…"中정부 공장이전 요청에 당혹"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세계의 ‘생산 공장’으로 부상했다. 외국 기업을 유치해 자국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만들려는 중국의 산업화 정책과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찾던 글로벌 기업 간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한국 기업들도 꾸준히 중국 투자를 늘려왔다.

2010년 이후 상황이 바뀌고 있다. 그간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한 중국의 인건비는 점점 높아졌다. 노동 환경이나 복지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커졌다.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제공했던 각종 혜택도 줄었다.

여기에 환경오염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중국 전역에서 ‘도시화’가 급진전하면서 도시 인근에 있는 공장들이 쫓겨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도시화란 중국 정부가 내수 경제 비중을 높이기 위해 농촌 인구를 도시로 유입시키는 정책을 의미한다. 도시가 커지고 과거에 공장 터였던 곳에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면서 기업들에 사실상 일방적인 ‘퇴출’ 통보를 내리는 지방 정부가 늘고 있다.

◆일방적 통보에 보상금도 안줘

복합수지를 생산하는 한 화학업체는 최근 중국 시 정부로부터 사실상의 ‘퇴거 명령’을 받았다. 오염물질이 발생해 주변 민가에 피해를 준다는 것.

이 공장이 있던 지역 주변은 과거엔 공터였지만 최근 농촌 인구 유입으로 도시가 커지면서 아파트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동에 들어간 지 3년밖에 안 되는 공장을 옮기라고 하니 난감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리드프레임, 터치스크린 등을 생산하는 LG이노텍 중국 푸저우 공장도 최근 시 정부로부터 “대체 토지를 줄 테니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중국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전을 결정해도 보상금 문제가 남는다. 중국 정부가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금을 제시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토로다. 1990년대 말 윈난성 A시에 화학 공장을 지었던 B기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A시가 발전하면서 주변 지역이 주택가로 변하자 시 정부가 이전을 요구했고, 결국 2012년 서부 내륙 지역으로 공장을 옮겼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보상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B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우리가 15년 전에 산 토지 가격만 보상해 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우리의 요구와 중국이 제시한 금액차가 워낙 커 언제 협상이 타결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년 서울 두 배만 한 도시 생겨나

중국은 ‘환경오염이 없는 빠른 도시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16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국가 신형도시화 계획’에서도 이 같은 정책 취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계획은 2013년 53.7%인 도시 상주인구 비율(6개월 이상 해당 도시에 실제 거주한 인구 비율)을 2020년까지 60%로 늘리는 것이다.

중국의 도시화 비율이 신흥국 60%, 선진국 80%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매년 2000만명 이상의 인구가 도시로 신규 편입된다. 앞으로 6년 동안 중국에선 서울급 도시 두 개씩이 매년 생기게 되는 셈이다.

도시화 과정에서 환경 오염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지난 30년간 도시화율을 18%에서 54%로 높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환경 문제를 감안한 조치다. 중국은 과거와 같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로는 연 7%대 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보고 적극적인 내수 경제 비중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도시화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약 7조위안(약 1150조원)씩 내수 경제가 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공장 이전 요청이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요청이 부당해도 한국 기업이 대응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KOTRA 관계자는 “중국 정부를 찾아가 기업의 보상금 합의를 도울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인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설사 토지 임대 기간이 남았더라도, 이전 요청을 받은 한국 기업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이를 쟁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선/박영태 기자/베이징=김태완 특파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