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코리안 미러클2 : 도전과 비상' 발간…80~90년대 한국 경제 대전환史 '생생'
1980~1990년대 한국의 경제 발전을 경제 원로들의 육성을 통해 재조명한 ‘코리안 미러클2:도전과 비상’(사진)이 12일 발간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직 관료 모임인 ‘재경회’와 공동 편찬한 이 책은 지난해 2월 발간된 ‘코리안 미러클’의 속편이다.

전편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태동한 1960~1970년대를 다뤘다면 ‘코리안 미러클2’는 정부 주도 경제 개발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시장경제로의 체질 변화가 요구되던 시대에 초점을 맞췄다.

책 속에는 당시 경제팀을 이끈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사공일·이규성 전 재무부 장관과 문희갑 전 대구시장, 서영택 전 건설부 장관, 김기환 전 대외경제협력담당특별대사 등 총 6명의 육성 인터뷰가 담겼다. 이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5공화국 첫 경제수석이었던 고(故) 김재익 씨가 추진했던 경제 안정화 대책을 시작으로 금융 자율화, 금융산업 재편, 재정·세제 개혁, 개방 정책 등을 진행한 배경과 관련 정책을 실행하면서 벌어진 각종 에피소드를 여과 없이 회고한다.

1982년 금융실명제를 추진했던 강경식 당시 재무부 장관은 “변칙 상속을 방지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세제개혁 차원에서 실명제를 밀어붙였지만 결국 무산됐다”며 “그때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실명제를 도입했다면 한국이 더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저유가, 저금리, 원화 약세의 ‘3저 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1986~1988년 경제수장을 지낸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은 “1985년 물가 안정에서 경기 진작 쪽으로 경제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등 미리 준비한 덕분이었다”고 뿌듯해했다.

1980년은 과거 수십년간 지속된 10% 안팎의 고도 성장기가 막을 내리고 경제 발전이 시작된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경제 관료들은 시장주도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경제·산업 전 분야에서 각종 규제를 걷어내고 ‘자율과 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은행 민영화와 대형화, 금융시장 자율화, 대외 시장개방의 기초가 이때 닦였다.

이번 경제원로들의 육성 증언은 이계민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이현락 전 동아일보 주필, 김강정 전 목포MBC 사장, 홍은주 전 MBC 논설주간 등 전직 언론인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졌다. KDI와 재경회는 13일 낮 12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코리안 미러클2’ 발간 보고회를 연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