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성 교수 "학교와 기업 연결, 지식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죠"
“기업 문화와 다른 대학 문화에 아직 적응이 안 되네요. 그래도 학생들이 질문해 올 때 내가 기업에서 쌓은 걸 대학에 넘겨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합니다.”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유산균 박사’ 허철성 농생명공학부 부교수(55·사진)의 말이다. 허 교수는 29년 동안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서 재직하다 지난달 서울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달 중순 개원 예정인 서울대 평창캠퍼스(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산학협력실장도 맡게 됐다.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 식품산업화연구소, 종자생명연구소 등을 두고 평창산학협력단지 내에서 역할을 할 예정이다.

허 교수는 사장(死藏)되기 쉬운 대학 연구와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 대학으로 왔다고 말했다. “활용되지 않는 기초연구가 너무 많아요. 대학 지식이 기업으로 넘어가고 그 기업이 커져서 다시 학교에 기부하고, 학교는 이를 통해 더 큰 지식을 만드는 선순환이 생겨야 국가가 강해집니다.” 서울대 축산학과 77학번인 그는 올 9월부터 관악캠퍼스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등 강의를 할 예정이다.

그는 1984년 7월 입사한 뒤 줄곧 연구 및 제품개발 업무를 해왔다. 윌 등 한국야쿠르트 히트상품 개발의 주역이다. 윌 개발은 그가 상품개발부에 있을 때 ‘유산균이 장에서 죽는다’는 경쟁사의 도발(?)에서 비롯됐다. “특정 제품을 갖고 그렇게 광고하니 참 곤혹스러웠어요. 서울대 의대 연구팀하고 그게 아니란 걸 증명하다가 특정 유산균이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내친김에 기초연구파트로 옮긴 그는 5년간 헬리코박터균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헬리코박터가 강산성인 위 내 산도를 중성으로 변화시켜 자체 생존할 환경을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위에 달라붙는 헬리코박터 꼬리 부분은 계란에서 유래하는 난황특이면역단백질(IgY)이 잘라내고, 차조기(자색 깻잎)가 헬리코박터를 억제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유산균, IgY, 차조기 세 개를 섞어 만든 게 윌이다.

동물실험을 마치고 임상에 들어갔을 때 위기가 찾아왔다. 4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효과가 안 보여 회사에서 해고당할 각오까지 했다는 것. 허 교수는 “다행히 8주 이후 검사 결과가 모두 좋아 겨우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마실 때 느낌을 위해 매실농축액을 첨가하고 겔 타입으로 가공해 결국 2000년 제품을 내놓았다. 그는 “헬리코박터 관련 연구로 베리 마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교수가 200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타면서 제품 판매에 상당한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품 ‘세븐’은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일명 비피두스) 등 모체가 분만 과정에서 태아에게 선물하는 7개 유산균을 추려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입사 초기 800억원이던 한국야쿠르트 매출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1478억원으로 늘었다. 그는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산학협력실장으로서 열심히 기업들 분석하고, 찾아다니며 소통하고, 투자도 유치하겠다”며 “할 일이 참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