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소재로 DNA 바꾼 제일모직, 삼성전자와 '밀착 경영'
권오현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DS(부품·Device Solution)부문이 패션사업을 떼내고 새 출발한 제일모직의 소재 사업을 직접 챙긴다. 첨단소재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향후 제일모직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18일 “권오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제일모직까지 총괄해 소재 연구개발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DS부문은 현재 메모리사업부, 시스템LSI사 업부, LED사업부와 지난해 독립해나간 삼성디스플레이를 관장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매주 한 차례 사업부장들과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불러 회동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데, 이번에 신규 선임된 조남성 제일모직 사장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직전 삼성전자 LED사업부장이었던 조 사장은 권 부회장과 오랫동안 반도체사업부에서 함께 일하며 손발을 맞춰왔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제일모직 관할은 제일모직을 핵심으로 삼아 차세대 소재사업을 적극 키우기 위해서다. 삼성은 지난달 5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수원사업장)에 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정밀화학 등 4개사가 함께 투자한 전자소재연구단지를 완공했다. 현재 IT소재산업은 도레이 등 일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삼성은 OLED와 태양전지, 2차전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과 관련된 차세대 소재 분야에선 더 이상 주도권을 내줘선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4개사가 함께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총괄하지만 핵심 역할을 하는 기업은 제일모직이다. TV소재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제일모직은 최근 패션사업을 1조원에 삼성에버랜드에 팔고 소재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또 OLED 소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독일 노바LED를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제일모직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을 첨단 소재기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일정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첨단소재로 DNA 바꾼 제일모직, 삼성전자와 '밀착 경영'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율이 11.16%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7.25%), 블랙록펀드(5.06%) 등의 지분도 많다. 삼성 측 지분은 삼성카드와 삼성복지재단, 삼성문화재단을 합쳐 7.15% 수준이다.

지분 취득 시기는 내년 1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월 삼성전자가 삼성광주전자를 합병할 때 당시 삼성광주전자 지분 0.78%를 갖고 있던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신 받았다.

제일모직이 이 지분을 3년내에 팔면 삼성전자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선 상호출자금지 규정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제일모직 주식을 사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제일모직을 소재전문기업으로 키우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2014년부터는 제일모직 주식을 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은 내년 상반기까지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사명으로는 삼성첨단소재 등이 검토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