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해법, 소셜투자로 찾는다] 美 골드만삭스 "저소득층 취학전 아동교육, 수익 확신하고 투자"
지난달 차기 뉴욕 시장으로 선출된 빌 더블라지오 당선자. 민주당 소속인 그가 선거 때 내건 핵심 공약은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무상교육’이었다. “재원은 연 5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올려 해결하겠다”는 그의 ‘부자증세’ 공약에 서민들은 열광했다.

뉴욕에서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8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더블라지오 당선자가 내건 공약과 ‘취지는 비슷하지만 방식은 전혀 다른’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취학 전 무상교육을 민간투자를 통해 제공키로 한 것이다. 투자자는 미국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투자 방식은 사회성과연계채권(SIB·Social Impact Bond)이었다.

골드만삭스도 투자하는 SIB

프로젝트의 목표는 저소득층 아동에게 질 좋은 교육을 미리 제공해 취학 후 보충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충교육에 들어가는 주정부 예산을 줄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5세 미만 아동에 대한 교육 투자는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고 10대 임신율과 범죄율을 줄인다’는 각종 연구 결과가 밑바탕이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올초 국정연설에서 “취학 전 아동에 대한 1달러의 교육 투자는 장기적으로 7달러의 예산감축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복지해법, 소셜투자로 찾는다] 美 골드만삭스 "저소득층 취학전 아동교육, 수익 확신하고 투자"
투자 구조는 이렇다. 골드만삭스는 유나이티드웨이 오브 솔트레이크(UWSL)라는 비영리기관에 460만달러를 대출 형태로 투자했다. 자선단체인 JB프리츠커가 240만달러를 보태 총 700만달러의 사업자금이 마련됐다. UWSL은 이 돈으로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하는 3~4세 저소득층 아동에게 취학 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 가을부터 1차로 100만달러를 투입해 약 600명의 아동을 교육시키고 있다.

이들이 취학 후 보충교육을 받지 않으면 골드만삭스와 JB프리츠커는 돈을 벌게 된다. 유타주 정부는 보충교육을 위해 매년 1인당 2600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SIB를 통해 취학 전 교육을 받은 학생이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보충교육을 받지 않을 경우 주 정부는 예산 절감액의 95%(한 명당 2470달러)를 매년 투자자에게 원금상환 및 이자(연 5%)로 지급하게 된다. 투자자는 6학년 이후 추가로 절감되는 예산의 40%를 별도의 성공보수로 받는다.

다만 보충교육을 줄이는 데 실패하면 골드만삭스와 JB프리츠커는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다. 주 정부는 예산 절감에 성공했을 때만 절감액보다 적은 돈을 지급하는 만큼 ‘예산 낭비 리스크’를 털어낸 셈이다. UWSL은 현재까지 취학 전 교육 프로그램을 받은 아동의 95%가 취학 후 보충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취학 전 교육 SIB’가 다른 도시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드레아 필립스 골드만삭스 도시투자그룹 이사는 “증세를 통한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건 더블라지오 당선자도 SIB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도 SIB에 관심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영리기업인 골드만삭스가 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이유는 뭘까. 얼핏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골드만삭스는 “자선사업이 아닌 투자(필립스 이사)”라고 강조한다.

골드만삭스의 SIB 투자는 이번이 두 번째. 지난해 뉴욕 라이커스교도소 수감자들의 재범률을 줄이는 프로젝트에 1000만달러를 투입하며 SIB 투자자 대열에 합류했다.

골드만삭스에서 SIB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는 2001년 설립된 ‘도시투자그룹(UIG·Urban Investment Group)’이다. 빈민가에 아파트 등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다 사회적 성과와 투자 수익을 동시에 낼 수 있는 프로젝트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총 투자 규모는 30억달러.

필립스 이사는 “SIB라도 골드만삭스의 모든 부서에 적용되는 내부 수익률 기준을 충족해야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도 SIB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6일 연방 주택도시개발부는 허리케인 샌디 피해 복구 비용으로 51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SIB를 비롯한 ‘성과지급방식(Pay for success)’을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지난 9월 뉴욕주와 메사추세츠주가 추진하는 ‘전과자 고용률 끌어올리기’ SIB에 1200만달러와 1167만달러를 각각 지급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