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불 켜진 국민은행 >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사건 등 잇따른 사고와 비리로 인해 국민은행이 당혹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내부의 해묵은 파벌싸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모습.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 빨간불 켜진 국민은행 >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사건 등 잇따른 사고와 비리로 인해 국민은행이 당혹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내부의 해묵은 파벌싸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모습.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국민은행에서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국민주택채권 위조·횡령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 간 해묵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건호 행장이 취임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옛 국민은행 출신들이 각종 사건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옛 국민은행 출신들은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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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민 출신 퇴조, 옛 주택 출신 약진

최근 국민은행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내부 인사의 제보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제보는 아니더라도,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감독당국 등에 제보하면서 사건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26일 “국민은행의 금융사고 및 비리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것은 해묵은 1채널(옛 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옛 주택은행 출신) 간의 반목 때문인 것 같다”며 “최근 비리와 관련해서도 1채널 쪽에서 정보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도 “중국의 베이징 법인장과 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한 사실도 1채널 출신이 당국에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중국 금융당국이 한국 은행들의 잦은 인사 교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함에 따라 시중은행 해외법인 직원의 임기 보장 등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도 국민은행이 베이징 법인장과 부법인장을 동시에 바꿨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옛 국민은행 출신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 행장 취임 후 옛 국민은행 출신들이 소외됐지만, 은행에 손해가 되는 일을 할 직원들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처럼 해묵은 갈등이 폭발하고 있는 것은 이 행장이 취임하면서 균형추가 급속히 기울었기 때문이다. 민병덕 전 행장 시절 옛 국민은행 출신 임원은 10명, 옛 주택은행 출신 임원은 11명이었다. 민 전 행장이 옛 국민은행 출신을 중용했다고 하지만, 외형상 숫자는 비슷했다. 하지만 이 행장 취임 후 옛 국민은행 출신 임원은 5명인 데 비해 옛 주택은행 출신은 9명으로 훨씬 많아졌다. 이 행장은 “인위적인 채널 안배는 없으며 실력대로 사람을 쓰겠다”고 말했지만, 옛 국민은행 출신이 퇴조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서로 ‘네 탓이오’를 외치며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감독당국이 갈등 부추긴다는 시각도

일부에서는 감독당국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은행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에 대해 ‘비자금’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실제 비자금이 있는지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국민은행이 2대 주주로 있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새로운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은행이 안팎의 ‘흔들기’를 피해가려면 내부통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국민주택채권 위조로 문제가 된 신탁기금본부에 대해선 명령휴가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명령휴가제란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업무 감사를 위해 해당 실무자를 강제로 휴가 보내는 제도다. 윤리의식이 투철해야 할 감찰반의 도덕성 문제도 거론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감찰반 A씨가 주택채권을 위조한 장본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신영/장창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