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의 전·현직 최고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각종 금융사고와 비리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현직 경영진이 거액의 성과급을 챙기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6일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 여부는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긴 하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3건의 특별 검사를 받고 있는 상태여서 당장 성과급 지급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전·현직 경영진의 책임이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성과급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게 상식에 맞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에 이어 보증부대출 가산금리부과 실태,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등으로 인해 금감원의 특별 검사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의 비리와 부실 의혹이 어윤대 전 KB지주 회장과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재임 시절에 발생했고, 임영록 현 KB지주 회장과 이건호 현 국민은행장도 취임 후 내부통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의 압박과 부정적인 여론에도 지난달 8일 평가보상위원회를 열어 민 전 행장에 대한 수억원대의 성과급 지급안을 가결, 지급했다. 국민은행은 상임이사 성과급을 퇴임 후 4개월 안에 지급하도록 돼 있어 이를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해도 불구하고 민 전 행장에 대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B지주는 지난 12일 평가보상위원회를 열고 어 전 회장에 대한 장기 성과급 지급을 결정하려 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어 전 회장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 당분간 보류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검사 결과에 따라 중징계가 내려지면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스톡그랜트(주식성과급) 지급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스톡그랜트를 받지 못한 바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