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진하고 달콤하게…커피믹스 전쟁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시장 진출 3년 만인 다음주 국내 생산체제를 가동, 시장점유율 80%에 육박하는 동서식품에 본격 도전한다. 이창환 동서식품 사장은 “경쟁은 서로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며 “제품의 고급화로 후발주자와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동서식품 독점 구조 깨겠다

남양유업이 다음주 가동에 앞서 막바지 점검 중인 전남 나주공장은 연간 50억개(7200t)의 커피믹스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총 1800억원이 투자됐다. 동서식품의 생산규모에 비해선 4분의 1 수준이지만 국내 첫 생산기지라는 점에서 커피사업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또 커피공장을 추가로 증설, 생산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최경철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이번 공장 건설로 커피를 한곳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물류비용을 줄이는 등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2010년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했다. 지금까지는 원두를 볶은 후 커피를 동결 건조시키는 생산시설 없이 완성된 커피를 수입해 사용해왔다.

남양유업은 나주공장 생산물량을 바탕으로 현재 15% 수준인 시장점유율을 1~2년 내 30%까지 끌어올리고, 커피믹스의 해외 수출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최 본부장은 “몸에 좋은 커피를 생산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1968년 미국 크래프트사와 합작 법인으로 설립된 동서식품이 70~80%대의 점유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점유율은 77.4%다. 남양유업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011년 9.3%이던 시장점유율은 올 9월 기준 15.6%까지 확대됐다.

○동서식품은 고급화로 승부

동서식품은 제품의 고급화로 후발주자의 도전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고급 아라비카 품종의 원두 비율을 60%에서 80%로 늘리고, 커피의 향이 제조 과정에서 손실되지 않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는 품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동서식품은 제품의 고급화를 알리기 위한 할인 이벤트 등 마케팅 행사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이창환 사장은 “경쟁을 통해 제품의 질이 높아지면 시장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며 “커피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벌써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남양유업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흠집내기 경쟁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양이 커피시장에 진출한 직후 경쟁사의 제품은 몸에 안 좋다는 식으로 마케팅한 게 결국 커피믹스 시장의 성장세를 꺾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제품의 품질로서 당당하게 경쟁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