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직원 63%…'평화의마을' 백화점 입점 첫 사회적기업 되다
“보따리장수처럼 소시지를 싸 들고 다니면서 팔았어요. 품질엔 자신이 있었는데 장애인 직원들이 만드는 제품이란 편견 때문에 판로 찾기가 힘들었죠. 백화점 입점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넘어선 것 같아 기쁩니다.”


27일 현대백화점 목동점(서울 양천구) 지하 2층 ‘사회적 기업 초대전’ 임시 매장. 직원 35명 중 중증 지적장애인이 22명에 이르는 사회적 기업 ‘평화의마을’의 이귀경 대표(54·사진)는 노릇노릇하게 구운 소시지를 먹어 보라고 권하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소시지 등 가공육을 만드는 평화의마을은 다음달 초 현대백화점 정식 입점이 확정됐다. 사회적 기업의 백화점 입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800여개의 사회적 기업 중 22곳을 선별, 지난 6월 서울 압구정본점에서 사회적 기업 초대전을 열었다. 평화의마을은 이 행사 참여기업 중 가장 많은 13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현대백화점 상품 기획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정식 입점까지 이어진 것이다.

직업재활을 전공한 이학박사인 이 대표가 회사를 세운 건 2001년.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장애인들의 독립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본 나머지 그들에게 실패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죠.”

이 대표는 시작부터 편견에 부딪혔다고 했다. 부모조차 ‘내 아이는 할 줄 모른다’며 자녀 취업에 반대했다. 부모들을 설득한 뒤 장애인 직원들에게는 업무뿐 아니라 공중도덕과 식사예절까지 가르쳤다.

제주도 특산물 중 하나인 친환경 흑돼지와 관련된 제품을 염두에 두고 있던 이 대표는 품목을 소시지로 정했다. 직접 독일인 소시지 마이스터를 찾아가 제조법까지 배웠다.

또 다른 편견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애인이 만든 걸 어떻게 믿고 먹느냐는 것이었다. 직접 소시지를 들고 식당과 유통업체를 찾아다녔다. “장애인 직원들에게 밭에 물을 주라고 하면 비 오는 날에도 물을 줍니다. 원리원칙대로 일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득했어요.”

이 회사의 ‘제주맘’ 소시지는 300g짜리 한 팩 가격이 8900원으로 비슷한 대기업 제품보다 1000원가량 비싸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맛과 품질은 최고”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무항생제 사료로 키운 제주 흑돼지와 제주산 당근 양파 마늘 등을 넣어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제주맘 소시지는 제주 하얏트호텔 등 특급 호텔을 거래처로 확보했다. 지난 5월엔 독일에서 열린 국제육가공박람회(IFFA)에서 금메달 6개를 따내며 품질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현대백화점은 평화의마을을 서울 7개 전 점포에 입점시킬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