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용인 이어 판교에 연구소 설립했지만…솔브레인 "고급 R&D인력 어디없소?"
관련 소재를 만드는 중견기업 솔브레인은 연구소만 세 개를 갖고 있다. 회사 설립 초기인 1995년에 만든 충남 공주연구소와 2008년 지은 경기 용인연구소, 작년에 세운 판교연구소다.

솔브레인이 제2, 제3 연구소를 만든 것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 서울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있으면 유능한 인재를 좀 더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여전히 ‘좋은 인재’를 뽑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도 사람이 부족하다”

솔브레인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경기 판교에 지상 9층, 지하 2층 규모의 연구소를 완공했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신소재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은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판교연구소를 작년에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소재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선행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300여명이 근무할 수 있는 이곳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연구원은 80여명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아직도 사람이 부족하다”며 “시기나 인원 수에 관계없이 최대한 많이 R&D 전문인력을 뽑으려 하고 있는데 잘 안된다”고 말했다. 화학공학, 재료공학, 고분자, 신소재 등을 전공한 석·박사급 인재를 구하기 위해 채용박람회, 직원들의 내부 추천 등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구하고 있지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견기업의 한계’를 요즘 절감하고 있다.

◆실적 좋지만 “미래 고민”

솔브레인의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6636억원에 영업이익 1070억원을 남긴 우량 중견기업이다. 올해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올해 경신할 정도로 좋다.

하지만 정 회장은 “과거처럼 두 자릿수 성장은 앞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은 미국이나 일본 기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매출을 쉽게 늘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선도기업이 되지 않으면 매출이 과거처럼 빠르게 늘어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좋은 인재를 뽑으려는 것도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임직원 1350명의 14%인 190여명이 R&D를 담당하고 있지만, 이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징벌적 징계 완화해야”

정 회장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 제정’(화평법)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정말 엄격하게 관리하는 글로벌 기업에서도 화학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징벌적인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매출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징벌을 한다고 해서 화학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기업들도 인명을 중시하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서 기업의 전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징벌적 조치를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모든 물질을 등록하라는 화평법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국회에서 이 사안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