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앤 애프터'로 정형화된 의료광고. 특히 비만 전문 병원의 경우 혐오스러운 지방 사진을 보여주거나 지나치게 날씬한 유명인을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틀을 깨고 '지방 덩어리'를 캐릭터로 만든 광고가 통했다.

광고회사 TBWA코리아는 비만전문병원인 '365mc 비만클리닉'의 광고가 지난 29일 서울영상광고제 '비TV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병의원 광고 최초로 '비TV 부문' 동상을 차지한 데 이어 두번째 수상이다.

365mc 비만클리닉의 '지방이와의 이별'편이 수상작. 광고에선 지방을 작고 귀여운 캐릭터 '지방이'로 만들어 의인화했다. 광고 속 지방이는 날씬한 여성 모델을 졸졸 따라다니며 잠들 때까지 붙어있다. 여성 모델은 지방이를 달고 다니면서 늘 거울이나 쇼윈도에 자신을 비춰본다. 결국 병원을 찾은 여성 모델은 의사에게 지방이를 맡긴 뒤 홀가분하게 떠나며 광고가 마무리 된다.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의료 거부감을 줄인 것. 광고제작을 담당한 김은정 TBWA 국장은 “지방이는 다섯살짜리 아이처럼 귀엽고 친근하게 표현하되 비만인에게 늘 붙여서 괴롭힌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귀여운 악동’ ‘미워할 수 없는 밉상’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광고를 기획한 양건우 TBWA 수석국장은 "병의원광고는 기본적으로 고객을 돈을 쓰는 소비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진료가 필요한 환자라는 점을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비만인을 의지가 부족한 사람으로만 표현하거나 무조건 날씬해져야 인생까지 바뀐다는 듯이 과장하지 않도록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의료광고도 충분히 광고 캠페인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

이번 수상은 2005년 의료광고가 법적으로 허용된 뒤 경쟁적으로 광고를 제작하던 의료 광고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의료광고 시장은 병원들의 광고 제작 경험이 부족하고, 광고제작 심의가 까다로워 광고 완성도에선 많은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양 수석국장은 “광고주와 광고회사 모두 크리에이티브를 중요하게 생각해온 덕분에 수상으로 이어졌다"며 "소비자들이 의료광고 역시 건강을 점검하고 좋은 의료기관을 선택하게 하는 광고로 인식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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