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3시 서울 여의도공원. 올 들어 가장 추운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않고 20~30대 남녀 3500여명이 한껏 멋을 부린 채 문화광장에 모여들었다. 흰 목도리와 재킷을 두른 남성들과 붉은 재킷이나 스커트로 멋을 낸 여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이 광장에 모인 이유는 ‘솔로탈출’을 위해서다.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3시24분이 되자 젊은 남녀들이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다가섰다. 열흘 전에 행사 소식을 접하고 이날 오후 휴가를 내고 광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이선정 씨(29)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재미삼아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다보니 남녀 간에 대화를 나누고 ‘짝’을 찾는다는 본래 행사 취지는 무색했다. 행사장에 모인 사람 대부분은 남성들이었다.

광장에 모인 젊은이들 중 2000여명은 실망한 표정으로 20분 만에 광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연말연시를 훈훈하게 보내기 위해 기획된 행사였지만 주최 측이 대규모 인원을 통제하는 데 실패해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번 행사는 페이스북에서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태형(24), 장찬욱(29) 씨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규모 미팅 한 번 해볼까’라는 짧은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글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행사를 치르기로 한 여의도공원 관리사무소 측에서 문제를 삼고 나섰다. 안전 관리 등에 대한 대책이 갖춰지지 않았으며 상업적인 행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 관리사무소 측은 두 차례에 걸쳐 불허 통보를 내렸고 경우에 따라 도시공원법 위반으로 고발할 수도 있음을 통보했다.

이에 주최 측은 행사를 어느 단체가 주최하는 형식이 아닌 ‘플래시몹’ 형태로 진행하기로 바꿨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