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성탄절이다. 예수의 가르침은 2000여년이 지난 지금 더 필요한 것 같다. 종교가 세속인의 위안이 되기는커녕 반대로 속세가 종교를 걱정해야 하니 더욱 그렇다. 종교인들은 신자들에게 청빈과 금욕을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소유와 집착의 덫에 빠져있는 게 아닌지 자문자답할 때다. 일부 종교인의 과도한 정치성향도 세속인의 걱정을 더하게 만든다.

바로 그런 시기이기에 성탄절인 이 아침에 종교 과세 문제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정부도 종교인 과세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찬성 여론도 65%에 달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대선을 의식해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세제개편안에서 제외했다. 종교계도 극히 미온적인 태도다. 정부·정치권은 눈치만 봤고 종교는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전국의 사찰 교회 성당 등이 9만여개, 종교인은 36만5000여명, 공식 헌금액은 연 6조원에 이른다. 종교 비과세 혜택은 법적 근거가 없어서가 아니라 종교가 공익에 기여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계의 세습, 매매, 수익사업 등이 비일비재한 마당에 비과세 특권을 온존시킬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전체 기부금의 80%를 차지하는 종교기부금은 뻥튀기 세금공제의 온상이다. 이는 비신자들의 세금을 갉아먹는 몰염치일 뿐이다.

이제 종교 과세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종교단체들이 동의만 한다면 당장 시행 못할 이유도 없다. 종교기부금 세금공제도 폐지하는 게 맞다.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종교기부금을 부풀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종교계 일각에선 종교인 과세가 이중과세라고 주장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종교인은 세금 안 내고 신자들은 헌금액을 공제받으니 세금의 이중누락이다. 종교단체의 숨은 수익사업도 가려내 세금을 물려야 한다. 사회전반이 투명해지는 마당에 종교계는 언제까지 음지에 남아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