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도와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초 여성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이 있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여성 중에서도 최고경영자(CEO)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기업에서도 여성 인력의 중요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알파걸이라고 주목하고 교육받은 여자는 많은데 왜 성공한 여자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을까.

협상 전문가 린다 뱁콕과 사라 래시버는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여자의 협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큰 고개를 넘는 사안에서는 여자들이 제대로 요구하지 못해 치이고 손해보기 일쑤라는 것이다. 여풍당당의 북소리가 울리고 있지만 아직은 변방의 북소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객관적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62%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2011년,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77명(1.15%)에 불과하다. 2006~2011년 국내 50대 기업 임원은 1380명이 늘었지만, 그중 여성은 39명뿐이다. 여권이 신장됐다고 하는 미국도 이와 다르지 않다. 1990~2000년대 미국 여성의 연간 수입은 남성의 73.2% 수준으로 여전히 간극이 벌어져 있다.

여자들이 요구와 협상을 못한다고 하면 대뜸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치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 각종 논리를 따박따박 들이대는 것은 물론, 우기기까지 하는 것이 여자가 아니냐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실험을 해보니 여자는 나이, 세대, 직업, 국가와 상관없이 자신의 행동이 인간관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 간접적으로 요구하거나, 원하는 것보다 적게 말한다고 한다. 경쟁적인 분위기가 불편해 아예 협상을 피하기까지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면서 인간관계도 보호하려다 제풀에 지쳐 속만 끓이곤 하는 여자들. 여자는 협상의 샅바를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저자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적절하게 요구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여자가 요구하기도 전에 먼저 레드카펫을 깔아놓고 원하는 것을 대령하는 천국은 현실에 없다.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내 요구 조건을 말하지 않고 참아야 조직 내에서 인정받겠지’ ‘말해봤자 소용없으니 내가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등 많은 여자들이 누군가 자신의 노력을 알아줄 것이라고 위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착한 것도, 인내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협상은 적대자들의 싸움이 아니라 최고의 해결책을 찾는 공동의 과정이다. 징징거리지도, 밀어붙이지도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협상해야 남자와 여자 모두 행복하다.

남자들은 협상을 경쟁적인 게임으로 생각하는 반면, 여자는 상대방의 마음과 이해에 관심을 두며 접근해서 협상 과정을 생산적으로 바꾸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다. 온화하고 협력적인 접근법을 추구하는 여자의 장점은 이미 탁월한 협상가로서의 역량이다. 협력적 방식과 공격적인 지배력을 적절히 사용할 때 여자는 개인적 가치를 적절히 표현하면서 인정받을 수 있다. 여자의 협력적인 특징을 억누르지도, 내세우지도 말라. 다만 적절하게 발현하고 활용하면 된다. 조직과 가정에서 적절히 요구하지 못해 속을 끓이고 있는 여자 직장인, 여자 동료와 부하 직원의 심리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고민하는 남자 관리자와 리더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김성회 < CEO리더십 연구소장·국민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