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내년 1월부터 판매하는 노트북을 포함한 모든 PC’에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8을 의무 탑재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윈도8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움직여 컴퓨터를 조작하는 ‘터치’기능이 핵심인데, 터치스크린이 아닌 일반 모니터를 쓰는 컴퓨터에도 윈도8을 무조건 쓰라고 강요하는 것은 ‘독점 기업의 횡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윈도8 판매 부진

모든 PC에 윈도8 의무 탑재 '논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달 26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윈도8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광고 비용으로만 15억달러를 투입했지만 전 세계 소비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비싼 하드웨어 가격 때문에 외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8의 전 세계 판매량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출시 첫 4일간 4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만 발표했을 뿐이다. 윈도7을 내놓고 상세한 판매량을 자주 발표하던 2009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국내 기업들도 윈도8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은 있지만 아직까지 윈도8 구매계약을 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용산상가 “윈도7 사세요”

새로운 OS가 나올 때마다 특수를 누려온 컴퓨터 유통가에서도 윈도8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었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PC 판매점에서 기자가 윈도8용 PC를 문의하자 돌아온 대답은 “윈도7을 사세요”였다. 한 PC 유통업체 관계자는 “터치 기능을 어려워하는 소비자들에게 윈도8을 추천하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윈도7을 설치한 노트북이 윈도8이 나온 이후 오히려 더 인기다. 온라인유통업체 다나와에서 10월 말 평균 77만4620원에 판매되던 LG전자 ‘XNOTE S550-GE5BK’는 21일 82만1700원에 팔리고 있다. HP의 ‘2000-2135T’도 윈도8 출시 전보다 14.8% 오른 58만20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최현준 다나와 마케팅팀 과장은 “윈도7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만 봉?

실제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PC 제조업체들은 내년 초부터 출시하는 모든 소비자용 노트북에 윈도8을 탑재하기로 했다. ‘윈도8’의 핵심 기능인 터치 기능을 쓸 수 없는 노트북에도 윈도8이 깔려 판매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OS만 공급하기 때문이다.

윈도8이 깔린 컴퓨터를 윈도7으로 ‘다운그레이드’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기존 컴퓨터를 윈도8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윈도7의 복원영역을 훼손시키는 문제가 발생해 업그레이드한 윈도8을 윈도7으로 바꾸려면 해당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맡겨야 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