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했던 5월14일. 우리 회사엔 장미 향기와 웃음꽃이 가득 찼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선물한다는 로즈데이를 맞아 필자는 각 부서를 방문해 여직원 한명 한명에게 장미 한 송이씩 선물했다. 장미처럼 좋은 향기를 품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패션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도 일일이 전했다. 섬세한 감각을 지녀 패션기업에서는 더욱 소중한 여직원들에게 평소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한편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이벤트였다.

직원들이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조직과 함께 발전해가는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말하지만 필자 역시 직원이 기업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직원이 행복해질 때 비로소 고객의 행복을 멋드러지게 디자인하고, 또 그것을 고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

필자는 직원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물은 ‘교육’이라고 확신하고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에 매진하고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누구에게라도 배울 점이 있으면 기꺼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과 경청하는 진실함을 갖추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이 같은 지론은 필자 스스로 배움이나 사람 앞에서 항상 낮아지는 태도를 갖게 했다. 평소 직원들에게도 이런 배움의 자세가 성장의 지름길이 된다고 말한다.

또 하나 교육에 임하는 자세는 단순하게 지식을 흡수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의지를 다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제 살과 뼈를 깎아 제2의 삶을 개척하는 솔개의 감동적 일생을 소개하곤 한다. 수명이 80여년인 솔개는 40년 정도 살면 발톱과 날개가 무뎌지는데, 이때 생사를 건 고통을 선택한다. 낡은 부리를 쪼아대 없애고 발톱과 깃털 모두는 하나씩 뽑아내는 4개월을 지내야 새로운 몸으로 새로운 40년을 맞이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지속적인 혁신이 없다면 생존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회사에는 자랑스럽게도 역발상을 통해 혁신해온 훌륭한 DNA가 내재되어 있다. 1980년대 중반은 대기업 이외에 상표나 브랜드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던 시기였지만 상표, 의장, 영업등록까지 받아 크라운마크, 품질보증 Q마크, 순면을 표시하는 순(純) 마크 등 총 3개의 태그를 부착한 의류를 선도적으로 선보였다. 또한 1990년대 후반에는 유통망 개척 시 백화점에서 성공한 후 가두 매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이를 깨고 지방 재래시장의 가두 매장에서부터 시작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중앙상권과 백화점으로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대기업이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톱스타 모델을 기용해 한층 친근한 패션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밝은 미래는 모든 구성원이 역발상 DNA에 기반해 환골탈태를 이뤄낼 때 그려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값진 교육을 다양하게 마련해 솔개처럼 변화하는 직원을 육성하고자 하며, 이럴 때 비로소 오랫동안 행복한 직원, 행복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되새겨본다.

최병오 < 패션그룹형지 회장 hj02@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