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전 태양 흑점 폭발로 지구상에는 1시간 동안의 통신 장애가 있었다. 비슷한 현상은 지난 7월 초, 그리고 3월에도 있었다. 3월의 경우 미국발(發) 비행기 수십 편이 평소보다 1시간20분 늦게 인천에 도착했다. 극지방의 전파장애를 피해 14시간 걸리는 북극항로를 포기하고 15시간 이상 걸리는 우회항로로 비행했기 때문이다. 흑점으로 생긴 태양 폭풍은 대기권의 전리층을 교란시켜 전신(電信) 장애를 부른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전파 장애, 선박과 비행기의 운항에 문제를 일으키며, 갑작스런 정전의 원인도 된다. 1989년 3월 캐나다 퀘벡의 대정전은 600만 명을 9시간 동안 암흑 속에서 떨게 했는데, 원인이 바로 흑점 때문이었다.

올해 들어 태양 활동은 눈에 띄게 왕성하다. 11년 주기로 태양의 흑점 활동은 나타나는데, 천문학계는 내년 5월을 태양 활동 극대기라 예고하고 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태양 활동이 올해 들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흑점 폭발에 따른 경보는 1단계(일반), 2단계(관심), 3단계(주의), 4단계(경계), 5단계(심각)로 표시하는데, 올해의 경보는 모두 3단계(주의)였다. 지난 7월 초에도 약 30분간 단파통신(HF) 장애가 일어났는데,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국립전파연구원은 3단계급 경보를 내렸다.

태양은 막대한 빛과 에너지를 발산하며 태양계를 주재한다. 지구보다 100배 이상의 덩치를 가진 태양은 2억5000만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생산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한다. 질량이 지구의 33만배나 되는 거대한 기체 덩어리인 태양은 그 엄청난 에너지를 핵융합(核融合)으로 만들어낸다. 수소가 결합해 헬륨을 만들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내는 것이다. 이를 지상에서 실현한다면 인류는 무진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핵융합 연구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때로 이 태양 일부가 비교적 어둡게 보이는 현상, 즉 흑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런 흑점이 방출하는 강력한 방사선은 무시무시한 태양 폭풍이 돼 지구로 달려든다. 그렇게 시작된 태양의 방사선이 1억5000만㎞를 달려 8분20초 뒤에 지구 표면에 이르면, 지구는 전파 교란 등을 일으켜 여러 부작용을 일으킨다.

지구는 거대한 자석과 같아서 지구 둘레 자석의 장(磁氣場)과 역시 지구 둘레 공기의 막(大氣圈)이 이런 폭풍을 상당히 막아준다. 그런데 이 보호막이 극지방에서는 더 약하기에 북극항로의 비행기는 더 위험하고, 대기권 밖의 우주비행사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당연히 전파 교란, 위성통신 장애, 그리고 위성 위치추적장치(GPS) 수신 장애도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병원 장비, 은행 서버, 공항관제 시스템, 방송기기, 철도통제 시스템 등을 마비시키고,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등 온갖 전자통신 기기에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서양에서 흑점은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1610년 자신의 천체망원경으로 흑점을 찾아냈고, 그것이 태양 표면을 옮겨 다닌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동양에서는 훨씬 전부터 흑점을 관찰했다. 중국의 경우 《한서(漢書)》 오행지(五行志)에는 첫 흑점이 기원전 28년에 보인다. 우리나라는 훨씬 뒤져서 고려 초 1151년(의종 5년)이 처음이다. “태양에 흑점이 보이는데, 그 크기가 달걀만 했다(日有黑子 大如鷄卵)”고 《고려사》에 적혀있다. 《고려사》에는 모두 42회의 흑점이 있고, 조선 시대에는 더 많다. 1708년 관상감 교수 최천벽은 그의 《천동상위고(天東象緯考)》에서 흑점을 불길한 조짐이라고 했다. 홍건적의 침입(1361년), 신돈의 반역(1371년), 공민왕의 죽음(1373년), 그리고 우왕의 폐위(1388년) 등을 흑점이 예고했다고….

오늘날 과학 시대에 최천벽의 해석을 믿을 사람은 없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내년 5월에도 “재앙 수준의 태양폭풍이 닥칠 것 같지는 않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이 유난스레 더워서일까? 올 들어 흑점이 잦은 판에, 흑점은 지진, 홍수, 화산 폭발의 방아쇠 노릇을 한다며 아는 척하는 사람들까지 많다보니….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