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稅收 3600억원 '펑크'
“이대로 가면 6000억원 정도 세수가 ‘펑크’나게 생겼습니다. 추경(추가 경정예산)이 아니라 감액 예산을 편성해야 할 판입니다.”

서울시 예산 담당 간부는 요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고 했다. 부동산 거래 부진으로 서울시 전체 세수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취득세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당초 올해 예산을 짤 때 취득세 수입으로 3조3938억원을 잡아놨는데 상반기 중 실제 징수액은 39%인 1조3305억원에 그쳤다. 목표 대비 3600억원 정도가 덜 걷힌 것이다.

◆수도권 지자체의 ‘한숨’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강타하고 있다. 가뜩이나 0~2세 무상보육 예산 부족 문제로 중앙정부와 입씨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관련 세수까지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만 그런 게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의 상반기 취득세 징수 실적을 조사한 결과 서울 경기 인천 중 단 한 곳도 올해 목표 대비 40%를 넘기지 못했다.

인천시는 특히 심각하다. 올해 취득세 목표액 1조1289억원 중 상반기 징수액은 35%인 3947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전체적으로 목표 대비 3500억원가량의 취득세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난이 심한 인천 부평구의 경우 당장 다음달 직원 급여를 해결할 길이 없다. 공무원 인건비와 사회복지비 등 ‘경직성 예산’으로 400억원가량을 집행하고 나면 구 금고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것. 상급 자치단체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지만 인천시도 ‘제 코가 석자’다.

인천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2년 뒤 열리는 아시안게임 경기장도 제대로 짓기 힘든 형편”이라며 “솔직히 지금 하급 지자체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도 올해 목표액 4조1604억원 중 상반기 징수액은 39%인 1조6246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1898억원 줄어든 규모다.

◆국세 징수실적도 저조

서울시 稅收 3600억원 '펑크'
지자체 관계자들은 거의 매일 부동산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 올 상반기 전국 주택 거래량은 총 46만4727건으로 정부가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5만2387건으로 2006년 상반기(13만683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지방세 중 취득세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경우 이 비중이 올해 58%에 달하고 인천도 43%나 된다. 지자체 관계자는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 지자체의 재정 기반이 통째로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추경을 편성하거나 지방채를 발행하기도 쉽지 않다. 재정자립도(전체 예산 중 자체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는 비율)가 52.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인천 대구 부산 등은 한 해 예산 대비 부채비율이 30%를 넘어 ‘재정위기 위험 지자체’로 분류된다.

중앙정부도 쪼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불황으로 세수 확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세수 목표 192조6000억원 가운데 지난 5월 말까지 징수율은 47.3%(징수액 91조10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의 48.1%에 비해 속도가 더디기도 하지만 하반기 들어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목표 세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세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하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은 모두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는 세목들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