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7일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박 전 차관은 이날 밤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현 정권 ‘실세차관’으로 불린 박 전 차관의 구속으로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특혜의혹을 비롯해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 CNK(씨엔케이인터내셔널) 주가조작사건 등 각종 의혹이 베일을 벗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인허가와 관련, 시행사였던 (주)파이시티의 이정배 전 대표로부터 2006~2007년 청탁 명목으로 총 1억여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박 전 차관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같은 죄목으로, 범죄사실이 인정될 경우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박 전 차관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던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자진귀국 후 수사에 적극 협조했기 때문에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박 전 차관의 형 계좌에서 발견된 20억원가량 뭉칫돈의 출처와 용처를 추적 중이다. 박 전 차관의 후원자로 알려진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을 통해 2000만원어치의 수표가 세탁된 경위도 추궁할 방침이다. ‘영포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 인허가 과정과 올 3월 새로 시공사로 확정된 포스코건설의 특혜 여부는 이미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돼 있어 수사가 불가피하다.

박 전 차관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에서 신병을 확보했어도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얼마든지 소환해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수사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윗선 중 유력한 인물로 박 전 차관을 지목해 왔지만 물증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는 공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점검1팀원으로 근무했던 직원들의 진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박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있던 2008년 실시간으로 불법사찰과 관련해 보고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박 전 차관과 대질심문이 이뤄지면 실체적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검찰은 불법사찰 관련 수사에서 박 전 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도 조사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허위로 과장한 CNK 주가조작사건, 2009년 5월 이국철 회장이 SLS그룹 일본법인장으로부터 400만~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 등 서울중앙지검이 맡고 있는 수사에도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김병일/이고운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