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청담동 일대 스타 빌딩 즐비…이승엽 빌딩 ‘450억’ 최고 몸값

부동산 투자의 씨가 말랐다는 요즘, 돈 많고 잘나가는 이들이 돈을 묻어둔 곳은 어디일까. 대한민국 부자들이 모인다는 강남, 그중에서 가장 ‘핫’하다는 신사동·청담동의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바로 ‘빌딩’ 투자다.

스타들은 왜 '빌딩 투자'를 선호할까
빌딩 투자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적게 잡아도 몇 십 억 원이고, 시내 대형 오피스 빌딩 같은 경우 몇 천 억 원에 이르는 시세 때문이다. 아무리 대출을 낀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거액의 목돈이 필요한 게 빌딩 투자다.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임대료와 보증금도 매력적이고, 좋은 입지 확보에 따른 시세 차익은 수십억~수백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빌딩 매입이 ‘재테크의 로망’으로 불리는 이유다.

트렌드세터들이 모인다는 강남 일대 빌딩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은 바로 스타들이다. 톱스타급 연예인이나 고액 연봉의 스포츠 선수들 치고 자기 소유의 빌딩이 없는 이가 드물 정도다. 강남구 신사동과 청담동은 이들의 아지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신사동에서 19년째 빌딩 매매만 전문으로 중개해 온 미소부동산컨설팅 박종복 최고경영자(CEO)는 “신사동·청담동에선 고객의 90% 이상이 법인 아니면 연예인”이라며 “주거지는 외곽으로 빠지더라도 빌딩 투자는 철저하게 강남을 고집하는게 이들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스타들이 강남, 특히 ‘신사·청담’ 벨트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살기 편해서다. 이 지역에서는 연예인이라고 얼굴을 가리고 다닐 필요가 없다. 웬만해선 관심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롭다는 뜻이다.

같은 강남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강남역·압구정역 일대와는 또 다른 생활권을 형성하는 곳이 바로 신사동·청담동이다. 노출을 꺼리는 성향은 실제 매매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강남 지역 빌딩 매매와 자산 관리 전문인 원빌딩부동산중개 신동성 팀장은 “매매 시에도 주로 배우자 같은 가족들이 방문하고 소속사의 담당자나 관계자들이 찾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스타들은 왜 '빌딩 투자'를 선호할까
스타 소유면 시세에 10% 프리미엄 붙어

스타들은 왜 '빌딩 투자'를 선호할까
신사·청담 벨트가 인기인 또 다른 배경은 개발 붐에 있다. 아파트 재개발처럼 모든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건 아니다. 대신 삼성·신세계 등의 재벌 그룹들이 인근 건물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일종의 ‘○○타운’을 만드는 식이다.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명품타운 조성 계획 등 청담동 빌딩 선점을 둘러싼 재벌가의 기싸움이 종종 화제가 될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명품과 비싼 땅값, 건물 값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대기업과 관련한 개발 호재까지 끼어들면 시세는 천정부지로 솟게 돼 있다. 실제로 야구선수 박찬호가 소유한 신사동 소재 빌딩(지하 4층, 지상 13층)은 2003년 120억 원에 매입했는데, 현 시세는 440억 원에 달하고 있다. 가수 서태지 소유의 논현동 빌딩은 2002년 30억 원 정도에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시세는 230억 원 선에 이른다. 이름이 알려진 스타 소유의 건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이른바 ‘네임 밸류 프리미엄’도 10% 정도 붙는다. 가령 100억 원짜리 건물을 이름난 스타가 사들였다면 10억 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따라붙는 식이다.

스타들은 왜 '빌딩 투자'를 선호할까
인기 스타들이 소유한 빌딩에 입점하는 업체는 헤어·피부 관리 숍, 명품 아울렛, 주얼리 전문점, 연예 기획사 등이 많다. 홍보나 마케팅 측면에서 스타 소유 빌딩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건물 소유주에게는 스타 마케팅이 오히려 독이 될 때도 많다. 구설에 오를 것을 꺼린 나머지 임대료를 욕심껏 챙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보다 법인 등 임대료 연체 걱정이 없는 곳을 임차인으로 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재룡·유호정 부부 소유의 청담동 빌딩이 좋은 예다. 이 건물 1층 전체에는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의 고객 상담실이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스타들의 빌딩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건물 시세만 따졌을 때는 야구선수 이승엽과 박찬호의 빌딩이 최고다. 이승엽 빌딩은 강남이 아닌 성동구 성수동에 자리한 9층짜리 빌딩이다. 2009년 209억 원에 사들인 이 빌딩의 현재 시세는 450억 원 선이다. 2003년 120억 원에 사들인 신사동 박찬호 빌딩은 현재 440억 원 선이다.

3위는 송승헌이다. 2006년 서초구 잠원동의 4층짜리 건물을 114억 원에 매입했는데, 현재 시세는 310억 원 정도다. 4위는 가수 비(정지훈)다. 2008년 7월 청담동 소재 건물을 168억5000만 원에 매입했고 현재 시세는 300억 원이다. 5위는 이재룡·유호정 부부 공동명의 건물로, 매입 후 공사비 등 부대비용을 합쳐 92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 시세는 240억 원이다.

이 밖에 가수 서태지 소유의 논현동 빌딩이 230억 원, 김희애의 청담동 주차장 건물이 230억 원, 박중훈의 역삼동 빌딩이 210억 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스타들은 왜 '빌딩 투자'를 선호할까
잉꼬부부는 공동 명의

스타들은 왜 '빌딩 투자'를 선호할까
스타 부부들은 빌딩도 공동 명의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이재룡·유호정 부부 소유의 빌딩. 빌딩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 이 부부는 개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프라이버시 관리도 철저하다. 이 건물 바로 맞은편에는 차인표·신애라 부부 명의의 빌딩이 있다. 2006년 12월 72억 원에 매입했고 유치원 용도의 신축비용으로 35억 원을 투자했다. 현 시세는 230억 원이다.

역시 청담동에 자리한 김승우·김남주 부부 명의의 빌딩은 2007년 10월 73억9000만 원을 들여 매입한 후 리모델링 비용으로 4억 원을 더 투자했다. 6층짜리 이 건물의 현재 시세는 120억 원이다. 이 밖에 손지창·오연수 부부의 청담동 소재 빌딩이 115억 원, 김호진·김지호 부부의 신사동 빌딩이 72억 원 선이다. 김호진 부부의 건물은 골목 안으로 길게 자리 잡은 땅 모양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된 것으로 보인다.

스타들은 왜 '빌딩 투자'를 선호할까
장동건·고소영 부부는 각자 명의로 된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특이한 외관으로 이미 유명한 청담동 고소영 빌딩은 2005년 60억 원에 매입해 신축비용 18억 원을 들였다. 현재 시세는 130억 원이다. 반면 용산구 한남동의 장동건 빌딩은 2011년 126억 원에 매입했지만 현재 시세는 오히려 10억 원 정도 떨어진 115억 원이다. 그 외 부동산까지 합하면 두 사람 소유의 빌딩 자산 규모는 310억 원에 이른다.

얼마 전에는 ‘한류’ 스타 장근석이 85억 원에 빌딩을 매입해 화제가 됐다. 이 빌딩의 현재 시세는 100억 원 정도다. 코미디언 서세원에게서 사들여 더욱 관심을 모았는데, 사실 이 건물은 몇 년 동안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건물이다. 코너 건물이긴 하지만 골목 안쪽 경사지에 길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 바로 옆에 영동고등학교가 있어 개발도 제한적이다. “원래 매입한 가격에 연예인 프리미엄이 조금 붙은 정도”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스타들은 왜 '빌딩 투자'를 선호할까
취재=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사진 제공= 미소부동산컨설팅(mymiso.kr)
전문가 기고= 장진택 ERA코리아 이사
도움말 및 자료= 미소부동산컨설팅·원빌딩부동산중개(www.won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