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선 공연티켓도 항공권처럼…구입 시기 따라 가격 차별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요즘 ‘다이내믹프라이싱(Dynamic Pricing·티켓가격변동제)’이 주목받고 있다. 항공권처럼 구입 시기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거나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 간 가격 차를 확대시키는 방식이다.

흥행 뮤지컬 ‘몰몬성서(The Book of Mormon·사진)’는 이 가격정책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토니상 작품상과 연출상 등 9개 부문 상을 휩쓴 이 작품은 원래 오케스트라석(우리의 R석과 유사) 중 가장 좋은 좌석의 최고가가 250달러였다. 그러나 초반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제작자들은 최고 좌석의 가격체계를 바꿨다. 공연일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4일 이상이면 252~352달러, 2~4일이면 427달러, 이틀 미만이면 477달러로 입장료를 매겼다.

브로드웨이 극장들의 일반 오케스트라석 티켓값이 120~140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셈. 그러나 몰몬성서는 지난달 첫주 주간 티켓 판매액이 145만달러로 경쟁 뮤지컬 ‘라이온킹’ ‘위키드’ ‘스파이더맨’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위 ‘위키드’에 비해서는 10만달러 이상 많았다. 공연장인 유진오닐 극장의 좌석 수가 ‘위키드’가 공연 중인 거슈윈 극장에 비해 740석이나 적은 1066석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1일까지 10주간 브로드허스트 극장에 올려진 배우 휴 잭맨의 1인극도 비슷한 사례다. 작품이 잘 나와 티켓 수요가 늘자 제작자는 155달러짜리 오케스트라석의 일반석 티켓값을 175달러로 재빠르게 올렸다. 프리미엄 티켓값도 원래 250달러였지만 입소문을 타 관람객이 몰리면서 275달러에서 325달러, 350달러로 올렸다.

국내 뮤지컬은 고정 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VIP석은 12만~13만원, R석은 9만~11만원이며 주말에 한해 1만원씩 더 받는 경우가 있다. 신춘수 오디뮤지컬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도 티켓이 잘 팔리는 공연에서만 이런 가격정책이 도입된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서는 반발이 심해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