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 해외 자본 의존 심화
국산 3D 애니메이션 ‘점박이:한반도의 공룡’(사진)이 지난 26일 개봉돼 30일까지 5일간 36만명을 모았다. 지난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관객을 모은 ‘마당을 나온 암탉’(210만명)보다 빠른 흥행세다.

‘점박이’는 33개국에 선판매됐고 추가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60개국 이상에 수출될 전망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40여개국에 수출됐다.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이 하청에서 창작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한 지 10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자본 의존이 심화돼 과실을 빼앗기고 있으며 ‘신 하청구조’가 생겨나고 있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31일 서울 구로동 키콕스벤처센터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발전 전략’을 주제로 한 문화체육관광부와 업계 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제작비를 조달하기 어려워 해외 자본 비중이 편당 36% 수준에 이르는데 이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이 해외 시장에서 얻는 과실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제작 파트너인 캐나다에서는 해외 자본 비중이 편당 6%, 프랑스에서는 28%다. 제작사가 부담하는 비중도 한국은 편당 27%로 캐나다 2%, 프랑스 18%보다 크게 높다.

이는 애니메이션의 핵심 투자자인 방송사와 공적기금의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방송사 투자 비중은 캐나다 31%, 프랑스 26%인 데 비해 한국은 12.7%다. 공적 자금 비중도 캐나다 20%, 프랑스 18%에 비해 한국은 8.4%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올해 대폭 늘어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애니메이션 제작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운용 규모는 주파수 경매 등으로 지난해보다 51.7% 증가한 8259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비는 180억원만 편성돼 있다.

김 교수는 또 “프랑스처럼 방송사가 애니메이션에 매출의 일정 비율을 투자하도록 하고, 방송사들은 애니메이션을 프라임타임대에 편성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